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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Jun 01. 2022

모르겠는 인생을 산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캐나다에서 유학하는 친한 동생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캐나다 현지 큰 회계법인에 취업이 확정되었단다. 동생이 기특하고 내 일처럼 기뻤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17년 8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작은 어학원에서였다. 



2017년 7월, 12년 넘게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지쳐있던 나에게 긴 휴가라는 선물을 주기로 했다. 뭔가 정해진 것도 없었지만 딱히 정하고 싶지도 않았던 그때.   


그냥 문득 해외에 나가 몇 개월 있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주에 유학원에 들러 캐나다에 있는 어학원과 홈스테이를 확정 지은 후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여행만으로 해외에서 오랜 기간 있기에는 무리라는 판단하에 뭔가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영어도 레벨업 시킬 겸...


즉흥적으로 진행하고 엄마께 전화드려 몇 개월 나가 있다 오려한다고 말씀드리자..


"거긴 우리랑 달라서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간다며? 걸핏하면 병원 가는 애가 거기 있는 동안 아프지 않고 괜찮겠어?"


당시에 또 한 번 느꼈다. 우리 집이 정말 특이하긴 특이하구나. 마흔 넘은 딸이 직장 관두고 반년 계획으로 캐나다 간다는데 엄마의 반응은 반대가 아닌 현지에서의 불편함에 대한 우려였다.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막상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나니 그때부터 신경 쓸 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집을 반년 정도 비우는 일이라 집 관리에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우편물 관리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 폭우 쏟아졌을 때 물이 새던 베란다 수리, 허술했던 현관 도어록 교체 등...


출국 당일 인천공항으로 향하면서도 비현실적인 현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내가 캐나다에 가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난 어쩌다 공항으로 가고 있는 걸까?


8월 말, 레벨 테스트 겸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어학원에 도착했고 그때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이 바로 그 동생이다. 큰 눈에 예쁘장한 얼굴 생김새와 달리 씩씩한 목소리. 그날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이후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우린 매일 만나 밴쿠버 구석구석을 저녁까지 돌아다녔고 여기저기 관광지도 함께 갔다.  

생각해보면 거의 스무 살 가까운 나이 차이인데....


어린 나이이지만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동생이 예뻐 보였다. 난 나이에 관계없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리스펙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인간관계를 바라봐서 그런지 나의 우정 범주에는 위. 아래로 20살 정도의 나이 갭은 아무런 제약이 되지 못한다. 


6개월을 계획하고 갔지만 난 4개월 만에 밴쿠버의 아름답지만 생동감 없는 삶에 지루함을 느꼈다. 맑은 공기와 자연 친화적인 환경도 하루 이틀이지.... 역시 난 도시 체질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귀국을 앞당겼다. 이후 그 동생도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어학원이 아닌 대학 진학을 위해 캐나다로 다시 출국했고 이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학업을 이어가는 거라 나름의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목표한 바가 있으니 결국 실행했고... 마지막 학기를 앞둔 지금 원했던 현지 회계 법인 취업이 확정된 거다.  




동생이 말했다. '2017년에 처음 캐나다 왔을 때는 자신이 회계사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고....'


나 역시 공감했다.  


'맞아...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거야. 나도 내가 코로나 때문에 강제 집콕하면서 책 쓰게 될 줄은 몰랐어. 지금 이 나이에 박사 과정 시작하게 될 줄도 몰랐고... 우리 앞으로도 그냥 모르겠는 인생을 살자! 계속 도전하는 사람은 계속 이럴 수밖에 없으니까! 나도 아직 자리 잡으려면 멀었으니 난 여기서 달리고 있을게, 넌 거기서 열심히 달려... 장거리 마라톤이다 생각하고 가자!!'


앞으로도 모르겠는 삶을 사는 것. 그렇다고 목표와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단지 큰 틀의 목표와 계획만을 설정하고 그곳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에는 유연성을 두는 거다. 


모르겠는 삶을 살려면 불안정성은 그냥 기본값으로 깔고 가야 한다. 무언가 도전을 결정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계속 배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경험하는 것.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는 계획한다고 해서 삶이 안정적이 되는 건 아니다. 현재의 안정성이 미래의 안정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언젠가 미래에 나의 아킬레스건이 될 뿐...  


언젠가 내가 더 이상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려고 할 때. 그때가 아마도 물리적인 나이가 아닌 정신적인 나이 듦을 인정할 때가 아닐까?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는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나이 먹지 않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난 어찌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렇게 크고 작은 도전을 이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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