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시급한 현실은 지나간 과거의 무게를 낮춘다.
어쩌면 망각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인지도 모른다.
경험한 모든 기억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다면 우리 모두는 지속적인 조울증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다.
그게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적당히 잊히고 적당히 무뎌지고...
그래야 새로운 것들을 다시 받아들이면서 살아지지 않을까?
과거 특정 사건이 파편처럼 기억에 남아있긴 하지만 그때의 감정까지 같은 크기로 남아있는 건 아니니 참으로 다행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학습 능력이나 암기력과는 관련 없이 자신의 삶에서 겪은 모든 사건과 경험에 관한 기억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로, 일종의 기억장애로 분류된다고 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낀다면 삶이 얼마나 불행할까?
현재에 집중하려고 해도 시시각각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과한 기억과 감정 때문에 매 순간 집중이 깨지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일 테니 말이다.
이불킥을 할 만큼 창피했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니 피식 웃게 만드는 과거의 무수한 점들 중 하나가 되었다.
번아웃을 겪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멸하고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깨닫고 성장했던 부분만 현재 나에게 남아있다.
망각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인지도 모른다. 불쌍한 중생들 긍휼히 여기사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가라고 마련해 주신...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기 위해 적정 수준의 망각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