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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멍과 근육통쯤은 있어줘야

by 김미영

때때로 레슨을 하면서 발레를 전공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발레 선생님들은 레슨도 어찌나 우아하게 하시는지 예쁜 옷에 머리도 예쁘게 하시고는 땀도 별로 흘리지 않은 채 수업을 마칠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동작들은 하나하나 이름이 붙여져 있고 그 동작들을 정해진 박자에 말해준대로 수행하면 된다. 예를 들면 1번 자세(턴아웃상태, 그러니까 뒤꿈치는 붙이고 각각의 엄지는 가장 멀리 벌린? 이라고 해야하나? 팔자로 선 자세?)에서 드미 플리에(무릎을 바깥쪽으로 하며 다리를 반정도 구부린) 두번, 그랑 플리에(드미 플리에보다 깊게 엉덩이가 발 뒤꿈치 가까이 닿기까지 구부린)한번, 앞으로 깜블레(똑바로 서서 머리는 발쪽으로 구부려 상체를 활처럼 휘게 하는 동작), 뒤로 깜블레(똑바로 서서 견갑골 위쪽으로 뒤로 젖히는) 등으로 순서를 해주고 박자를 가르쳐주면 학생들은 선생님이 말해준 순서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발레 선생님은 이런 동작을 심지어 손만 사용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동작마다 이름이 있으니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말해준 동작들의 순서대로 수행할 수 있다.(그렇다고 발레 선생님들이 수업을 대충 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 동작의 정확한 수행을 위해 시범도 보여주고 학생들의 몸을 잡아주는 등 사력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있지만 비교를 위해 극단적 예를 드는 것을 이해해 주시라).


그런데 현대무용은 얘기가 다르다. 상체도 하체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발레와는 다르게 바닥에서 기고 구르는 동작도 마다하지 않기에(어쩌면 이런 동작이 훨씬 더 많다), 동작들의 이름들이 있는 것도 있지만 말로 하기 어려운 것들이 태반이다. 거기에 동작과 동작의 연결이 너무나 다양해서 레슨을 하고나면 선생이나 제자나(물론 배우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지만) 머리는 산발이 되고 무릎이며 어깨며 골반 등 온 몸에 멍이 드는것은 예삿일이다. 나 역시 한창 열심히 연습하던 시절엔 엄마가 같이 목욕탕 가기 창피하달 정도로 온 몸에 든 붉고 푸른 다양한 멍이 나름 열심히 연습했다는 보람의 훈장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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