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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없는 찐빵'이요 '속빈 강정'이라고 말할지도

by 김미영

어느날 극장을 찾아 무용을 본 경험이 있다면, 텔레비전에서 봤을 전통무용. 나라의 행사때 태평성대를 위해 추어졌다는 태평무라던가, 무속춤인 살풀이라던가, 승녀가 추는 것으로 알고 있는 승무(실상은 민속무에 가깝다고 연구되고 있다), 혹은 BTS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삼고무 혹은 오고무, 그 옛날 운동회에서 한 번씩 해보았음직한(그러러면 80년대에 초딩정도는 되어야 함) 부채춤이나 소고춤 등의 전통춤이 아닌, 현재 우리가 무대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제목을 가진 창작무용은 모두 컨템포러리댄스로 총칭할 수 있다. 이들은 모던댄스와 포스트모던댄스의 바탕에 새로운 스타일, 안무가별 아이디어나 리서치, 기법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더해진다. 그러다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안무가의 개성에 따라 자기만의 고민, 관심사에 대한 자기 철학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어떤 방법이든 동원할 수 있다. 춤의 영역이 그렇게 확장되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춤이 사라져버린 무용무대도 종종 만나게 된다.


한창 개념무용이라는 것이 유럽을 휩쓸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무렵, 공연을 보러 갔더랬다(한국의 공연). 무대위엔 조명바텐이 내려와 있고 무대 한 켠에선 전기포트에서 물을 끓이고 있었다. 물을 끓이니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다가 공기중으로 사라지고, 조명바텐이 위아래를 오르락 거리는 것으로 채워진 무대. 어디에도 우리가 아는 리듬에 맞추어진 움직임은 없었다. 춤에 춤이 없다니? '앙꼬없는 찐빵'이요 '속빈 강정'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춤이 사라져 버린 무대가 유행처럼 극장들을 매울 때가 있었다. 춤을 없애버리는 것도 가능해진 춤. 즉 그 어떤 표현도 가능해진 춤, 그것이 우리가 지금 만나는 현대무용, 컨템포러리댄스이다.


안무가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대를 만들다보니 현대무용이라는 그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춤들을 만나게 된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연극적 스타일, 움직임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개념을 주입하기 위한 개념무용, 구조화된 동작들을 기반으로 안무가가 전체 움직임을 제작하는 흡사 마스게임과도 같은 절도와 합이 중요한 안무스타일, 움직임 리서치를 통하여 무용수들에게서 나온 움직임을 기반으로 안무, 연출한 추상적 작품(보는이의 주체적인 해석적 관람이 중요)도 있고 이 외에도 안무가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이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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