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 현대무용을 전공하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려면 먼저 무용을 왜 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야할 것이다. 무용을 하게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무용이 내 마음에 훅 들어왔다고 표현해야 맞다. 어느날 방바닥에 누워 친구들과 <라붐>이라는 영화를 봤다. 다들 십대의 로맨스에 가슴 두근거려할 때 정작 나는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겨 심장이 방망이질을 했다. 남들은 기억도 못하는 2초, 바로 주인공 ‘빅’ 역할의 소피 마르소가 발레수업을 받는 장면이었다. 춤에 반한 것이 아닌 레오타드를 입고 머리를 올린 채로 빙글빙글 피루엣을 돌던 소피 마르소에게 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때부터 난 무용이 뭔지 매우 궁금해졌고, 직접 하고 싶어졌고 부모님을 설득해야만 했던 아주 긴 시간을 지나 드디어 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 무용학원을 찾았던 날 원장선생님 마음대로 전공이 정해졌다. 초등학교 이전부터 배웠던 아이들과 겨루어 대학입시에 성공하려면 발레는 너무 늦었고 한국무용도 이미 늦었다면서 현대무용이 좋겠다고 말했다. 발레가 아니라면 한국무용보다는 현대무용이 왠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에서 더 가깝다는 생각에 순응하며 난 현대무용 전공자가 되었다. 솔직히 현대무용을 배우면서 현대무용이 뭔지도 잘 몰랐다.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따라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사도라 던컨’이 현대무용의 어머니라는 정도의 정보 뿐이었다.(매우 부끄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녀의 춤을 영상으로 처음 접했을때는 ‘애걔, 이게 무슨 무용이야?’ 너무나 시시했다. 학원에서 열심히 배웠던 것은 뭔가 근사했다고나 할까? 매일 눈물이 쏙 빠지게 스트레칭을 해야 했고 그 유연성에 힘을 더해서 다리를 높이 차거나 점프를 높이 하거나 빙그르르 돌기를 잘하거나 할 때 주로 칭찬을 받았더랬다. 그러니 현대무용의 어머니면 엄청난 테크닉을 구사할 줄 알았지. 그런데 그녀의 영상을 보면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그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나 할까? 어린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뛰놀때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랄까. 그녀의 춤은 시골 할머니들의 덩실덩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춤’ 이었을 뿐이다. 그녀의 그런 자유로운 움직임이 얼마나 큰 고민과 투쟁의 산물이었는지는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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