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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진실을 담지 못한다면

by 김미영

무용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했다. 나의 무용얘기를 하자면 무용학원에서 처음 현대무용 수업에 참여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몸에 딱 붙는 레오타드(나에겐 원피스수영복이라고 느껴졌던)에 타이즈를 입은 친구들이 선생님의 스틱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고 팔을 휘돌리고 몸을 돌리고 점프를 했다. 항상 같은 걸 반복하는지 나만 빼고는 다 아는 일련의 동작들을 빠르고도 절도있게 무리가 딱딱 맞추어 해내었다. 그냥 한 번 따라해보라는 샘의 말을 듣고 무용실 맨 구석에서 매우 소심하게 동작들을 따라하며 진땀 뺐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꽤나 멋쩍었던 순간이다. 특히 갑자기 뒤로 돌면 맨 뒤에 있던 내가 갑자기 맨 앞이 되어버려 울고싶었던 기억도 잊을 수가 없다. 이 때 배웠던 여러가지는 대학에 가서도 이어졌다.


그 때 참 신기한 동작도 다 있다 생각했던 것들이 있는데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고 배도 옴폭하게 웅크렸다가 다시 펼치는 움직임이었다. ‘컨트렉션’, ‘릴리스’ 말하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몸을 수축시켰다가 이완시키는 동안 몸은 훈련되고 움직임은 풍부해진다. 컨트렉션에서는 숨을 들이마쉬며 복부와 척추를 깊게 말아넣는다. 이때 내면의 감정이나 긴장 역시 응축된다. 릴리스는 반대로 숨을 내쉬면서 에너지를 확장시키고 긴장에서 해방되는 느낌,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움직임의 변화에 때때로 감정이 실리기도 하고 함께 하는 호흡에 나도 모르게 뭔가 표현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현대무용이라고 알고 배웠던 것, 나에게 처음 현대무용은 마사 그레이엄이었다. 이 훈련을 통해 그녀는 인간 내면에 깃들어있는 감정의 서사를 드러내고자 했다.

IMG_E051F1F1CA0B-1.jpeg 마사그레이엄댄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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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고. 춤을 쓰고, 춤을 나누는 춤 추는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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