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바른 발레 생활> 리뷰
✔ 발레를 하다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있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푸에떼(fouetté)를 돌아야 한다거나 순서를 잊고 움직이다 때아닌 독무를 한다거나 파트너와 호흡이 맞지 않아 몸 개그를 하는 상황들이랄까. 발레를 꽤 오래 했음에도 식은땀만 나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나는 몇 날 며칠 연습해도 여전히 안 되는 동작을 붙잡고 있는 순간이 제일 아찔하다. 열심히 연습하는 게 왜 아찔하냐고? 분명 연습은 실력 향상을 위한 것인데 ‘여전히 그대로’라는 사실은 결국 연습 방식이 틀렸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에는 연습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방법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다가 다치는 건 시간문제다.
✔ 몸의 바른 사용법을 다시 한번 정리해야 했다. 나의 노력이 나도 모르는 새에 오히려 독이 되지 않도록, 추상적으로 알고 있는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했다. 하지만 신체 움직임을 다룬 많은 책들은 발레와 거리가 먼, 너무나도 원론적인 해부학과 신체 구조 이야기로 가득했다.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발레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체 구조와 원리를 다룬, 무엇보다도 직관적인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끝에 <바른 발레 생활>이 있었다.
✔ 아마도 책의 저자 또한 나와 같은 지점에서 아찔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취미로 시작한 발레에 흥미를 느끼고 열과 성을 다했으나 그 정성으로 인해 수술까지 이어진 상황. 생각만 해도 암담하고 억울한 상황이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재활과 더불어 기초부터 새롭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발레를 다시 시작했고 책은 부상의 전초전부터 재활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마치 원포인트 레슨처럼 턴아웃, 풀업의 원리부터 바 워크 순서를 따라 심화 학습까지 이어지는 여정.
✔ 발레를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문적이고 깊은 이야기지만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풀어간다. 용어부터 어려워 보이는 중력 중심, 액티브 스트레칭 등을 각각 발레 동작인 땅뒤(tendu), 림바링(limbering) 등으로 연결 지어 설명한다. 마치 취미 발레인의 개인 레슨을 옆에서 청강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휘리릭 읽고 넘어가기보다는 여러 번 곱씹어 읽고 머릿속으로 움직임을 그리며 전공자인 나에게도 유익한 자기 점검의 시간이 되었다.
✔ 발레는 인지하지 못했던 몸의 구성품을 콕콕 짚어내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고 섬세한 라인을 빚어내는 디테일의 미학이다. 그렇기에 신체 구조, 동작 원리를 정확히 알고 움직이는 사람과 그 움직임을 흉내 내는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취미 발레라는 이유로 대충 덮고 지나가지 말자고, 발레 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화룡점정은 독자에게 있다. 정성스럽게 풀어낸 저자의 발레 이야기를 여러 번 곱씹어 읽은 뒤, 책을 덮고 그의 여정을 따라 독자가 직접 움직여보고 느낄 때 비로소 ‘바른 발레 생활’을 할 수 있기에.
아름다운 라인을 위해서는 신체의 모든 관절이 명확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어렵지만 포기하지 말고, 하나씩 자기 동작으로 만들도록 하세요.
- <바른 발레 생활> p.157 中
* 추천 포인트
#원포인트_발레_레슨
#건강한_발레와_정확한_신체사용법
#동작의_원리를_제대로_알고_싶다면
*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가볍게 풀었지만, 최소한의 발레 동작(데가제 dégagé, 그랑 바뜨망 쥬떼 grand battement jeté, 포르 드 브라 port de bras 등)을 알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취미 발레 입문자라면 발레의 기본 동작, 용어를 숙지한 후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