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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Feb 25. 2024

애플 비전 프로는 넥스트 아이폰이 될 수

참고로 아이폰 출시 후 앱생태계 활성화는 5년 걸렸습니다.

애플 비전의 리뷰가 아닙니다. 플랫폼의 관점에서 애플 비전 프로를 바라보는 YC의 대담을 담았습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최대한 쉽게 전달해보고 싶었는데, 일부분은 어색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이른 시점이지만, 애플 비전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보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AR은 제대로 구현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애플 비전 이전에도 이렇게 눈에 쓰고 디지털을 입히는, 증강 현실의 역사는 사실 오래됐습니다. 우리가 얼핏 떠오르는 애플 비전 이전의 AR/VR 기기는 오큘러스나, MS 홀로렌즈, 메타퀘스트, 구글 글라스, HTC Vibe… 같은 것이 떠오르실거에요.

컴퓨팅의 역사로 돌아가볼까요? AR과 VR 헤드셋을 만들려는 시도는 사실, 60년대부터 시작 됐습니다. 첫 가상현실 디바이스는 1968년, 컴퓨터 그래픽 아버지라고 불리는 Ivan Sutherland에 의해 <HMD: Head Mounted Display>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상/증강 현실에 몰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컴퓨터 공학이 실제로 구현해내고 싶은 오랜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Ivan Sutherland가 고안한 최초의 HMD(Head Mounted Display) / 출처: ScienceDirect.com


이렇게 오랜 숙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AR/VR이 태블릿이나 휴대폰과 같이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만들기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Microsoft 홀로렌즈>는 버전 1, 2까지 나왔지만, 홀로렌즈 3는 아직까지 출시가 요원한 상황입니다. 홀로렌즈의 경우, 씨스루(See Through) 광학적 접근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투명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실제 세계를 보고, 가상 이미지를 사용자의 시야에 직접 투사해서 실제 + 가상 이미지를 결합하는 거죠. Magic Leap도 같은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씨스루 방식이 어려운 부분은, 눈에 제대로 렌더링되게 하는 것입니다. 눈에 “제대로” 렌더링하는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가지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우리 눈이 가진 210도의 시야각을 구현하는 것도 어렵고, 더 어려운 것은 “무한한 초점”을 가졌다는 것이에요. 0과 1, 바이너리의 세계로 세상을 인지하는 컴퓨터가 이 무한한 초점을 계산하는게 쉽지 않겠죠. 계산한 것을 디스플레이에 작동시키는 것도 어렵고요.


애플 비전은 더 쉬운 방법을 썼습니다

출처: Apple 영상

애플은 홀로렌즈가 채택한 씨스루 방식과 다른 방식, 패스 스루(Path through)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세계를 투명한 디스플레이로 보는 것이 아닌, 비전 프로는 고해상도 비디오 픽셀로 현실을 보는 것입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보는 현실 + 디지털 컨텐츠를 중첩 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면, 씨스루 방식보다 기술적 도전에 대한 허들이 훨씬 낮아집니다. 지금까지 애플이 만든 기반에, 여기에서 앱을 만들려고 할 때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아이폰과 달리, 비전 프로는 [깊이]라는 축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에, 아이 트래킹이 중요해졌습니다. 사용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초점]에 대한 가변 렌더링이 필요하고, 전보다 더 많은 연산 작업이 필요하게됩니다. 그런데 작은 폼팩터에 발열을 하지 않으면서도, 고해상도 픽셀과 배터리 탑재하기 위해서는 성능의 타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비전 프로는 눈이 초점을 맞추는 곳에서 더 고해상도로 렌더링을 하고, 주변부는 조금 흐릿하게 처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Apple Vision Pro = 자율주행

이젠 소프트웨어와 결합해서 생각해볼까요. 비전 프로가 섹시한 점은 바로 [아이폰에서 구축해온 생태계의 정점]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Apple


비전 프로에는 Apple M2 + Apple R1 Processor를 탑재했습니다. M2는 맥북 프로에 들어가는 동일한 프로세서이니 강력한 성능의 칩셋이 들어간 것인데요. 여기에 R1이 들어간 것은 비전 프로에 들어간 수많은 [센서]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입니다.   

메인 카메라: 6.5 스테레오 메가픽셀 3D 입체 카메라(F/2.0, 18 mm) x 2

전역 얼굴 추적 카메라 x 6

눈 추적 카메라 x 4

TrueDepth 카메라

LiDAR 스캐너


10개 이상에 카메라에 심지어 [라이다] 센서까지 내장됐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처리해야할 데이터가 많고, 매우 높은 데이터 대역폭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이런 센서 데이터를 매우 높은 데이터 채널 대역폭으로 처리하는 맞춤형 프로세서 R1을 도입한 것입니다.

출처: RSIP Vision

[자율 주행 자동차]의 기술과 매우 비슷합니다. 자율 주행을 위해 자동차에도 라이더 센서가 달렸고, 이곳 저곳에 카메라가 달렸죠.


AR/VR과 자율 주행 자동차와는 연결성이 깊습니다.

3D 세상에서 내 위치를 탐색하는 코어 기술은 로봇 공학의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or mapping)에서 나왔습니다. 시각적 데이터만을 갖고도 로봇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자 하는 기술이었죠. 이 기술은 자율 주행 자동가 3D 세상의 도로에서 위치를 탐색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유사한 기술적 도전 과제를 갖고 있지만, AR/VR에는 훨씬 더 고도의 하드웨어 복잡성이 존재합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의 경우, 자율 주행 데이터의 처리를 위해 서버 등급의 GPU와 CPU를 사용하는데요, 트렁크나 자동차 하부에 들어갑니다. 반면 헤드셋은 자동차보다 사람이 훨씬 가까이 착용하고, 사람들의 머리를 발열로 태울 수 없는 노릇이니 높은 연산과 발열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고보면 애플은 다 계획이 있었던 듯합니다. 아이폰에서 맞춤형 프로세스를 구축한 노하우로 R1을 넣었고, 아이폰에 3D를 넣어왔던 노하우로 각종 3D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했고, 아이패드에도 라이더를 구축했었던 것이 애플 비전에도 들어왔죠.


게이밍 vs 생산성

출처: CNN

비전 프로는 포지셔닝하는 방식에 있어서 기존과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동안은 게이밍에 집중된, VR 가상현실 장비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메타는 [게이밍 커뮤니티]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AR/VR 장비들이 그다지 상용화되지 않았던 주요한 이유가 이래저래 바쁜 사람들이 [매일 사용할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비전 프로가 게이밍보다 생산성에 포지셔닝한 것이 알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전 프로는 키보드를 사용해서 원한다면 [하루 종일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AR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현실과 가상을 겹쳐 보는 것이었거든요.


비전 프로는 매우 일상적인 것들을 해결할 것입니다. 이 전략에 성공하고 잘 정착된다면, 모든 화면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판매되는 모든 화면의 시장 가치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아직 베타버전입니다.

그래도 비전 프로는 증강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매우 자연스럽게 증명했습니다. 현실 세계의 물건을 기기를 통해 바라보고 상호 작용한다는 새로운 방식이, 우리의 인지 체계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얼마나 간단하고 쉬웠는지에 대해 놀랍게 증명했습니다.


개발적 측면, SDK에서도 메타와 애플은 차이가 있습니다.

메타의 SDK는 게임의 DNA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Unity와 Unreal과 같은 게임 엔진과 매우 호환성이 좋습니다. 게임을 비롯, 통제된 형태의 3D 환경을 만드는 데는 좋지만, 증강 현실의 측면으로 볼 때 현실은 무한하기 때문에, 게임 엔진 기반의 메타 SDK는 실제 공간 계산과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메타 플랫폼에서 PDF 리더 수준의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많은 코드가 필요한 반면, 비전 OS에서는 몇 줄의 코드만으로 가능합니다.


개발 생태계 개척을 위한 애플의 가이드라인

HCI Guideline for iOS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애플은 HCI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습니다.

터치와 초점, 제스처와 같은, 기존에 없던 정보의 계층 구조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하는 매우 포괄적인 문서였습니다. 아이폰을 만드는 동안 얻은 모든 학습을 제대로된 문서로 정제하여 모두에게 공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걸친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어떻게 훌륭한 모바일 앱을 만드는지 알려줬습니다.


HCI Guideline for VisionOS

마찬가지로 비전 프로용 HCI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아이트래킹과 공간에서의 깊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설명합니다. 비전 프로 앱을 만들고자 하는 창업자, 개발자들을 위한 것이죠. 이 문서를 보면 아이 트래킹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이 가능한데요, UX측면에서는 아이폰 시절 정전식 터치를 올바르게 구현한 순간과 비슷한 순간입니다. 물론, 아이트래킹 말고도 다른 멋진 UX 요소들이 있을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VR 커뮤니티가 아이 트래킹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아이 트래킹은 사용자를 피곤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하드웨어가 아이 트래킹의 성능을 따라와주질 못했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에도 비슷한 회의감이 있었습니다. 컨설턴트들과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키보드가 아닌 터치식 키보드가 사용성을 해칠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물리적 키보드를 원할거고, 디스플레이만으로 이루어진 키보드가 없는 전화기로 이메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폰 시절의 경험을 미뤄 볼 때, 비전 프로의 아직 서투른 상호작용도 써드 파티 개발자가 개선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겨서 새로 고침] 기능은 트위터 클라이언트에서 나왔습니다. 그 개발자는 나중에 이 트위터 클라이언트를 트위터에 팔고 한동안 트위터에서 근무했습니다.


아이폰 시장도 5년동안 회의적이었다.

아이폰 모먼트 VS 뉴턴 모먼트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앱스토어는 없었습니다. 아마 1년 후쯤에 나왔을 것입니다. 앱 스토어에서 배포된 초기 앱들은 사소한 앱들이었습니다. 방귀 앱, 나는 부자다 앱…


아이폰 출시 이후, 실제로 좋은 회사들이 “설립”되기까지 5년 정도 걸렸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기를 채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기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사회의 70% ~80% 가량의 사람들이 새로운 기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모바일 생태계의 태동기에는 플랫폼이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과반수의 사람들을 한 플랫폼에 올릴 수 없었습니다.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플랫폼의 통일이 이뤄진 이후에 비로소 제대로된 앱 생태계 시장이 열리게 됐습니다.


AR/VR의 경우, 아이폰보다 더 오래 걸릴겁니다. 가격이 휴대폰 정도의 수준까지 낮아지기 따지, 또 대중적인 채택이 일어나기까진 모바일 전환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사용이 아니더라도, 건설, CAD, 엔지니어링과 같은 부가가치가 명확한 비즈니스 케이스가 먼저 열릴 수도 있습니다.


애플 비전이 넥스트 아이폰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스마트폰은 이미 [확립된 카테고리]였음을 사람들은 많이 까먹었습니다. 아이폰은 확립된 시장의 새로운 참가자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이 블랙베리 등 기존 스마트폰을 이기고 성공해낼 수 있을 지 회의적이었습니다. MS 이전 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제대로된 기기가 될 수 없다고 했죠. 그래서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모바일은 사실상 나쁜 아이디어처럼 보이던 것들을 좋은 아이디어로 바꾸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식료품 배달”을 하는 인스타카트의 경우, 웹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지만 모바일로 플랫폼이 바뀌면서 달라졌습니다. 처음 모바일 플랫폼이 혼재되어 있던 시점의 웹을 포함 인스타카트는 여러 플랫폼을 고려했습니다.


출처: X @lentinidante


테슬라는 로드스터와 같은 고급 전기 자동차를 출시하여 성공적인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테슬라가 로드스터만 고수했다면 그 전략이 통했을까요? 잘못하면 비전 프로는 테슬라 로드스터와 같을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 정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기기로 틈새 시장을 만들 수 있지만, 모델 3와 같은 대중적인 후속 제품을 출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비전 프로가 성공하려면, 비전 프로의 생태계에서 개발자들이 개발할 유인이 필요합니다.



비전 OS는 비전이 있을까요

출처: X @hmartapp

페이스북은 데스크탑 베이스인 Blue App으로 시작하여 SNS 분야에서 마이스페이스를 제치고 성공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으로 SNS 산업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인스타그램에 의해 시장 장악력을 잃어버릴 뻔 했다고 느꼈습니다. 다행히 인스타그램을 인수했지만, 플랫폼의 변화로 위기를 경험한 마크 주커버그는 플랫폼 변화에 대해 더 민감하게 느낀 사람입니다. 그래서 넥스트 플랫폼을 장악하고 싶었고, 오큘러스를 인수했습니다.


우리는 비전 OS에 배팅하기 전에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생각해야합니다. 360도 전망이나, 데이터를 더 쉽게 탐색할 수 있는 능력 등 잘 고민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개의 화면을 가진 트레이더들이 비전 OS 하에서 정보의 폭을 쉽게 파악하고 탐색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가정해볼게요. 이런거라면 사람들이 월 수백 달러, 수천 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전환기에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아이디어를 갖고 단순히 새로운 것에 환호하고, 하이프에 올라타는 것에 집중하면 안됩니다. 강력한 이론을 가지기보다, 원칙적인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공간 컴퓨팅 유형의 앱이 지금은 어색한 단계에 있을 겁니다. 애플 SDK와 메타를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것들이 평면 2D이고 아직 우리는 3D를 위한 개발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존하는 SaaS 애플리케이션, 앱 또는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과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충분히 오래 붙잡고 있으면, 많은 전문 지식을 쌓고 적절한 시기가 될 때까지 세계적인 수준이 될 것입니다.



출처: Y Combinator Lightcone Po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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