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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류완
Jul 15. 2024
돈을 좀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로또를 두 번 맞춰 봤습니다.
로또가 국내 복권시장에 들어오고 얼마 안 돼서였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헤어지기 전 한 친구가 로또를 사서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웃으며 고맙다고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런데 로또를 나누어 준 친구 말이 아직도 잊어지지 않습니다.
"다음 모임에 안 나오는 놈은 당첨된 녀석일 거야."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20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어제 들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친구들은 모두 지금까지 해마다 한 두 번씩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또라는 것이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았던 로또였는데 당첨 발표날까지 기대감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결과는 꽝이었지만 허무함보다 발표를 기다리는 두근 거림이 잊을 수 없습니다.
프로는 사두고 잊어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삶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다시는 로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10년쯤 흐르고 난 뒤였습니다.
지출은 늘어나는데 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조금씩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힘들어도 빚 없이 살자는 부부의 다짐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학원을 보내주면 안 되냐는 큰 아들의 요청에 학자금 대출을 알아보았습니다.
학원 교육을 지향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가겠다는 아들의 의지를 꺾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얼마의 대출이 들어오고 부부는 부수입을 내기 위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지나치던 복권 방이었는데 그날은 왠지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1등 당첨 점이라는 홍보 문구는 더욱 두 발을 이끌었습니다.
지갑에 있던 만원 한 장을 꺼내 5천 원짜리 한 장을 구매했습니다.
놀랍게도 단 하나의 숫자도 맞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높은 확률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로또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무던히 지내다 보니 살림은 부족한 현실에 맞춰지게 되었고 아들은 여차저차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군에서 돌아온 아들은 자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들어갔는데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돈으로 인생을 채울 수는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돈 좋아하시나요?
돈을 좋아하는 건 정상입니다.
돈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살짝 의심해 봐야 합니다.
성인군자이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돈 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 때 더 행복합니다.
돈 보다 가족이, 돈 보다 이웃이, 돈 보다 다른 생명이 소중할 때 행복합니다.
돈을 좋아하더라도 돈이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뒤쪽으로 향할수록 인생은 더 풍요롭습니다.
통장 잔고가 100만 원이 안 돼도 100억을 가진 사람보다 행복할 수 있는 게 인생입니다.
두 숫자 사이를 채우고 남을 소중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돈을 조금 좋아하기로 합니다.
너무 많이 좋아하지 않도록, 내 욕심이 타인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약간의 손해는 마음에 담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저 당신의 마음이 무거울 때 술 한 잔 사줄 수 있을 정도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차 한잔 이라두요.
돈이 아까운 건
아니고 사실 저 술을 잘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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