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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May 02. 2023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지만

진정한 자유를 향한 제논의 역설

(오늘도 친구의 글을 기제삼아 내 글을 쓴다)

https://blog.codot.cc/freedom/



자유란 무엇인가


근대의 자유란 계급사회에 대한 해방의 상징이었다. 계몽적이고 진보적이고 다분하게 정치적인 개념이었다. 실체가 존재하는 고유하고 일관된 관념이었고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하는 특정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계급적, 신분적 자유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하한이 보장된 자유를 경험하는 시대이다. 온갖 자유가 난무한다. 자칫 방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서 진정한 자유를 갈망한다는 것은 다시금 약간은 형이상학적인, 철학과 낭만의 차원이 된 것 같다.(그래서 다루기 좋아하는 주제이다.)



진정한 자유를 갈망했던 적이 있었던가


여러 가지 탈선을 시도하며 늘 가장 재미있는 일을 찾아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곤 하는 기질로 미루어보았을 때 나는 자유분방한 사람에 가깝다. 구속은 싫다. 그것이 내손으로 만들어낸 나의 성취나 업적이어도 싫다. 사랑하는 사람이, 설사 가족이더라도 구속하는 것은 견딜 수 없다. 종종 비합리적으로 발동하는 동족혐오나 반골기질, 자기부정은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허나 내가 추구하는 자유란 결국 특정한 무언가의 ‘것’으로부터의 자유다. 일상으로부터의 자유, 업무로부터의 자유, 연인으로부터의 자유이다. 내가 쌓아오고 추구하는 수많은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순수한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을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돌아와서 기존의 일상과 자아를, 나의 ‘것’들을 소중하게 또 성실하게 돌본다.


결국 내가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라기보다는 반대급부의 개념이다. 해방의 쾌락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기 위해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냐고 물어도 반박할 말이 딱히 없다. 아무런 종속과 물리적 금전적 제약이 없는 자유는 공허하다. 그런 면에 있어서 나에게 자유는 독립성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의 이중나선보다는, 오히려 제논의 역설처럼 느껴진다. 책임질 수 있는 여러 능력을 기르고, 얽매임을 만들고, 이로부터 해방감을 느끼며 자유와 한 발 가까워진다. 다시금 일상에 레거시를 쌓고, 스스로를 구속하고, 스스로를 구속할 여러 관계들을 만들어 잠시 종속되었다가 한차원 더 큰 자유를 취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진정한 자유에는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마치 영원히 과녁에 닿지 못하고 머무는 화살의 패러독스처럼. 



진정한 자유인이 궁금하다


하지만 화살은 자명하게 과녁을 뚫고 우리는 무한등비급수와 수렴의 개념을 안다.(수리과학부가 쓴 글에 대고 제논의 역설같다고 주장하는 인문대생 어떤데) 그런 면에서 내 친구가 추구하는, 그리고 분명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은 참 궁금하다. 혹은 이를 추구해가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자유에 모두 포함될지도 모르겠다. 별개로 그가 주장하는 계급화와 동경에 대한 경계에는 참으로 공감한다. 불변의 진리는 믿지 않지만(죽음은 곧 소멸이며 진리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음이 나에게 유일한 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피상적이고 빈약한 찰나의 우연들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고역이기 때문이다. 비교, 계급, 우월감, 열등감 같은 개념들 말이다. 요즘은 종종 현인이나 군자가 되고 싶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다.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초연해지는, 생물학적인 한계에 도전하면서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자유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지향이다. 그런 삶을 살고싶다.




별개로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남의 글이다. 원래도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글로 마주하니 새롭다. 평가받거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 익숙한 사람의 글에서 나오는 기교나 숙달된 느낌이 없어서 좋다. 본인이 밟아간 사고의 흐름을 남에게 최선을 다해 촘촘하고 빠짐없이 전달하려는 담백한 노력이 특히 마음에 든다. 물론 그가 지양하는 단면이겠지만, 나는 이 친구와 대화할 때 여러 요소들 덕분에 늘 똑똑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대화에서 느껴지던 섬세한 신호들이 글에서도 묻어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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