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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May 24. 2022

우연과 필연의 결합, 소확행

과정 속의 소소함


누군가에게 "언제 행복했어?"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먹고 싶은 것을 먹었을 때, 가고 싶은 곳을 갔을 때도 있겠지만, 정말 잊지 못하는 순간은 예상치 못하지만 일상에서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노을이나 바다를 보고 감격했을 때 등의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격했을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잊지 못했던 순간은 나 홀로 처음 제주도 여행을 떠났을 때다.

환경에 지칠 대로 지쳐서 겨우겨우 계획해서 떠난 여행이었다. 마침 코로나까지 터져서 내 뜻대로 되는 일정이 없었다. 어느 날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해수욕장을 가게 되었다. 그것도 목적지를 향해 가는 버스를 놓쳤는데 배차시간이 너무 길어 다른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바꿔서 가게 된 곳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가게 된 해수욕장은 2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다. 파란 하늘 아래 속이 훤히 보이는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그때의 행복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로도 파란 하늘, 석양, 흔들리는 꽃들이 너무 예쁘거나 특유의 향이 좋을 때면 잊히지 않는 행복이 된다. 어디 그뿐이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오래 대화할 때면 그때 느끼는 행복감이 깊이 스며든다.



이 모든 것들이 계획한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계획했던 것들은 뒤틀린다. 그리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기 혁명에 그런 문구가 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행복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차, 집, 돈... 그 모든 것이 막상 손에 들어온 다음에는 뛸 듯했던 처음의 기쁨이 금세 사라지고 새로운 갈망이 시작되기 마련인데, 이것을 보통 권태라 부른다. 그러니 권태가 수반되지 않는 진짜 행복을 얻으려면 시간이 경과해도 처음의 기쁨이 퇴색하지 않는 대상을 획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권태가 따르지 않는 필연적 행복의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대부분이 오늘도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 돈이나 명예 등이 아니라 지식, 사상, 철학, 재능, 기능처럼 함께함으로써 더욱 빛나고 가치가 변하지 않으며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것들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물질이나 사랑과 같은 갈망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존적 존재로서의 나를 뒷받침해주는 것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다보면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끊임없이 마약 투여를 필요로 하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욕망을 통제할 수 없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을 원하게 된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성과, 더 많은 사람. 그리고 더 나아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왕 사는 거 기깔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멋진 차도 한 대 뽑고, 멋진 집도 짓고, 매력적인 이성도 만나고 말이야'라는 욕망이 불쑥불쑥 샘솟는다. 이 욕망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욕망에 눈이 멀어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은 채워지지 않을뿐더러 언젠가 사라지는 것들이다. 신형 자동차도, 신형 건물도, 외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얻음으로써 누리는 행복은 그 순간순간뿐이다. 만약 그 순간들이 오래간다면 그것은 소유에 대한 결과가 아닌 그것 자체 가치(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결과이자 함께 누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는 결과이다. 즉, 우리의 내면을 채워주는 것은 소유했다는 결과가 아닌 그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무언가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난 뒤에 느끼는 뿌듯함, 그리곤 휴식을 취하려 잠시 밖을 나갔다가 마주하게 되는 시원함과 푸릇한 공원, 그리고 목을 추스르고자 먹는 음료 한잔. 그런 과정 속의 소소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소소함은 나갈 수밖에 없는 필연과 예상치 못한 우연이 만나 생성이 되었고, 그것을 누린 자는 행복을 선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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