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 코우즈키 백작의 야식 - 평냉을 파헤치다.
평양냉면
"감독님, 코우즈키는 뼛속까지 일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인데 왜 소바나 우동이 아니고 평냉이죠?"
"음~ 그건 코우즈키가 벗어날 수 없는 어떤 것이죠. 이미 체화되어버린 것, 바꾸고 싶어도 잘 안 되는 그런 종류의 것들 중 으뜸은 입맛이 아닐까 해요."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 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 백석의 시 <국수>
조선 사람이 외국 가서 흔히 그리운 것이 김치 생각이라듯이, 평양 사람이 타향에 가 있을 때 문득문득 평양을 그립게 하는 힘이 있으니, 이것은 겨울냉면 맛이다. 함박눈이 더벅더벅 내릴 때 방안에는 바느질하시며 삼국지를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만 고요히 고요히 울리고 있다. 눈앞에 글자 하나가 둘셋으로 보이고 어머니 말소리가 차차 가늘게 들려올 때, "국수요-" 하는 큰 목소리와 같이 방문을 열고 들여놓는 것은 타래타래 지은 냉면이다. 꽁꽁 언 김치죽을 뚜르고 살얼음이 뜬 진장 김칫국에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풀어 먹고 우르르 떨려서 온돌방 아랫목으로 가는 맛! 평양냉면의 이 맛을 못 본이요, 상상이 어떻소!" -김소저, <별건곤> 1929.12.
'선주후면'이란 말이 우리 시골에 있다. 소갈비나 구워서 소주를 마신 뒤에 얼벌하니 고추를 쳐서 동치밋국에 말아놓은 냉면을 먹는 맛이란 지내보지 않은 사람으론 상상할 수도 없는 기막힌 진미다. -중략- 국수 꾸미, 다시 말하면 국수에는 무슨 고기를 쳐야 가장 맛이 나는 것일까? 흔히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친다. "수육 치구 한 그릇이오"라든가 "수육 치구 두 그릇이오" "살루 치구 두 그릇이오"라든가는 이를 말함이다. 사실 서울이나 평양에선 이외의 꾸미를 맛볼 수는 없다. 나는 다행히 물오리 고기, 닭고기, 노루고기, 범의 고기, 산돼지 고기 등등을 쳐서 먹어본 일이 있으나, 무엇 무엇 해도 냉면에는 꿩 이상 가는 것이 없다. 꿩보끼를 쳐서 동치밋국에 먹어본 적이 없는 이는 냉면에 대하여 말참견할 자격이 없다. -김남천, <조선일보> 1938.5.29; 5.31
수육, 제육, 편육 뭐야 뭐야
수육: 숙육(熟肉)이 어원이며, 익힌 고기라는 뜻으로 물에 삶은 고기를 말한다. 그러나 수육(水肉)이 아니며, 숙육 → 수육으로 발음이 변화된 말이다. 주로 소, 돼지, 염소 등이 많다.
편육: 편육(片肉)은 고기를 삶은 후 무거운 것으로 눌러서 물기를 빼고 얇게 썬 고기를 말한다. 즉, 수육을 눌러서 모양을 잡고 수분 뺀 뒤 자른 것이 편육이다. 돼지머리, 닭발,소발(?-우족) 등으로도 많이 만든다.
제육: 저육(猪肉)이 어원으로 猪(돼지 저) 肉(고기 육), 저육 → 제육으로 발음하기 쉽게 바뀐 것으로 그냥 돼지고기라는 뜻.
냉면 노포에 가면 메뉴판에 편육과 제육이 있는데 편육은 소고기 삶아 모양을 잡은 소 편육일 때가 많고 제육은 돼지고기 삶은 것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장충동 평양면옥이 편육-소, 제육- 돼지다.
을지면옥에서는 편육- 돼지, 수육- 소고기다.
정인면옥은 아롱사태 수육, 암퇘지 편육 이 있다.
보통 편육은 모양을 잡은 누른 고기라 돼지수육인 제육을 뜻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표현인데 그냥 통용되는 것 같다. 어차피 가게마다 메뉴에 소인지 돼지인지 쓰여있으니 고민 고민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