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사랑의 종말
여느 날과 같은 아침이었다.
알람소리에 조깅을 하러 침대에 일어난 그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다시 주저앉았다.
발바닥에 송곳을 박아 놓은 듯 고통이 밀려왔다
발바닥을 넘어 발등까지 쾅쾅 못을 박는 듯한 고통이었다.
화장실로 뒤뚱뒤뚱 걸어가며 이만한 고통을 겪은 적이 얼마만인가 기억을 더듬어 봤다.
"있잖아... 상현아~!"
그녀가 말했다.
피부가 하얗고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나던 그녀.
질펀하게 살을 섞은 직후였다.
역시 그는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급급했고 그래서 섹스는 적잖이 가학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좋았다.
그녀도 좋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의 양쪽 가슴을 거칠게 물어뜯을 때마다 그녀는 아이처럼 매달리며 신음을 내뱉었으니까.
"있잖아 상현아~"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그녀가 말했다.
흰 브래지어 끈을 채우며..
"내가 하느님에게 기도를 했어.. 언젠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상현이에게 족저근막염이 생기라고."
그렇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그녀에게 아침마다 같이 조깅을 하자고 졸랐다. 이른 새벽에 그녀의 집 근처에서 만나 숲 속을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대략 45분의 코스는 그가 생각하기에 딱이었다.
어느 날부터 뒤쳐지기 시작하던 그녀는 발이 아파 뛰지 못하겠다고 선언했고 그런 그녀를 그는 몰아붙였다.
저기까지만 가면 쉴 수 있어 조금만 더 가면 딱 쉬기 좋은 벤치가 있고 거기서 보는 호수 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블라우스는 입고 스타킹을 입고 스커트 지퍼를 올리며 그녀는 말했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주 먼 먼 훗날이 지난 후에 달리기 좋아하는 우리 상현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발을 디딜 수 없이 아픈 그 순간이 오면 말이지.. 상현아...! 그때 넌 내 생각이 날 거야. 내 고통이 생각날 거야. 그래야만 해. 난 그것만 바라"
고운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녀는 너무나 자애로운 표정을 하고 그만큼의 섬뜩한 저주를 내뱉으며 떠났다.
한 방을 맞은 듯했지만 그는 곧 회복했다.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있었고 그 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그 딴 계집애쯤은 널리고 널렸다.' 그는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말이다.
저주 때문인지 오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에게 결국 닥쳤다 그날이.
뛸 수 없게 된 그날이..
엉금엉금 기어 샤워실안에 들어가
찬물을 맞으며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이 아픈 발 때문인지
아니면 당분간 뛸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베이비파우더향의 그녀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흐느낌은 아이 같은 통곡으로 변했고
어디선가 욱신거리는 아픔이 몰려왔다.
그것이 발끝에서부터였는지 가슴부터였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