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Holton Coffee는 무엇이 특별할까

의도적으로 주입된 추억에 대하여..

by 이레

주희가 사다 준 팀 홀튼 커피를 내려마신다.

진한 초콜릿 향 같은 커피 향이 올라오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쨍한 캐나다의 겨울이 기억나고 더럽게 차가운 공기를 뚫고 도넛 가게에 들어가

설탕을 무지막지하게 때려놓고 우유를 역시 무지막지하게 퍼넣어 미적지근하게 만든 그 커피가 생각나기도 하고.

가만 생각해 보면 40년 중 고작 2년 남짓한 날이라. 그다지 추억거리도 없을 법 하지만 그게 뭐가 잘났다고

이놈의 팀 홀튼 커피를 마시는 하루 중 딱 요맘때가 이리도 기분이 좋은지 모를 일이다.


"네가 하도 난리를 부려 갖다 주기는 하지만 뭐가 특별해?"라고 말을 하며 주희는 두 덩어리의 커피를 내주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반갑게 커피 봉지를 받아 들기는 했지만,

그리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커피를 진하게 내려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 팀 홀튼의 커피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기억이란 건 의도적으로 우겨 집어넣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실제의 경험이 아닌 상황이나 환경 또는 스스로가 만든 이미지로 포장해 넣는다.

뭐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느 모임에 갔다고 치자. 공교롭게 다들 해외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고 모두 캐나다에서 연고를 두었던 사람들이 모였다고 치자. 뭐 실제로 그런 모임에 간 적도 있으니.

그러다.. 우연하게 캐나다에서 가장 그리운 게 뭐예요? 란 말이 튀어나왔는데

크리스티 한인촌에 감자탕에서 스파다이너 중국집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나오다.

누군가의 입에서.

"팀 홀튼.. 거기 도넛 한 입 물고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한 입 마시면.. 왜 온몸이 따쓰해지잖아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동조를 구하는 간절한 눈빛과 함께..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 같이 탄식을 내뱉으며 한 마디를 한다. "아~~~~!! 팀 홀튼." 그리고 마치 손에 든 와인잔이 팀홀튼의 머그잔인 듯 두 손을 감싸고 한 모금씩들 하는 걸 보고 있자면. 마치 그 가운데서 어.. 저는 팀홀튼은 모르겠고 커피 타임의 크래커를 부셔 넣은 야채 수프가 그리운데요? 했다가는 제대로 칼을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인 것이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금 와서 돌아보건대, 예전의 나의 엑스는 그리 멋진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오린 듯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완차이 어디가 양복점에서 맞췄다는 와이셔츠 소매단에 흘림체로 그의 이니셜이 수놓아 있었지만, 사정 후 바로 욕실로 들어가는 그와의 섹스를 생각해 봤을 때 그는 그리 멋진 남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동안 나는 그의 탄탄한 몸, 구김이 하나도 없는 맵시 있는 양복 깃, 에르메스 커프스단추가 달려 있는, 멋진 셔츠의 소매깃을 떠오르며 멋진 사람과 이별했다고 며칠 밤을 베개를 껴안고 울었다.


암튼, 주희가 사다 준 팀 홀튼의 빈은 다 떨어졌다.

처음에는 추억에 젖어 마셨지만, 나머지는 그냥 있으니까 마셨지 그닥 감흥은 없었다.

자! 이제 다음은 무엇으로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