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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1. 2024

결핍과 풍족의 두 얼굴

결핍(缺乏 ; deficiency)은 "있어야 할 것이 빠지거나 모자람"을 뜻하고 풍족(豊足 ; affluent)은 "부유하고 넉넉함"을 뜻한다. 두 단어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상황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동기 부여를 하거나 창의성을 높이는 불쏘시게로 각각 활용된다. 어떻게 보고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관점과 시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지고 세상은 다르게 펼쳐진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바탕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낸 용기와 끈기에 있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극복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결핍이었다. 결핍으로부터의 탈출은 인간 본성이다.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알고 싶으면 찾고 공부해야 하는 욕구의 자극제다. 하지만 결핍이 지나쳐 빠져나올 기미가 안 보이면 좌절하게 된다. 인간의 본능은 이 결핍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하지만 이 조차 쉽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절하고 더 많이 포기한다. 그래서 그 결핍의 늪을 건너간 사람들이 드물고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핍은 간절함을 부르는 동기가 됨은 부인할 수 없다. 결핍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물질적 결핍도 있을 것이고 지식의 결핍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결핍이 되었든 채우고자 하는 욕망은 간절함에 있다. 결핍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근원에는 간절함이 있어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열 번이 됐든 백번이 됐든 끈질기게 다시 하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이 간절함이다.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학습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제식 교육이 그렇고, 중국집이나 일식집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는 방식이 그렇고, 화두를 집어 들고 용맹정진하는 수도승들이 그렇다. 처음부터 지식과 기술을 접하고 습득하게 하는 게 아니고 청소하고 도구 손질하며 어깨너머로 훔쳐보며 '나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쌓는다. 간절함의 욕망이 활화산처럼 쌓여 있을 때 하나씩 툭툭 던져지는 지식과 기술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자신의 뇌리에 박히게 된다. 인류의 지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던 시대중 아테네 그리스시대, 피렌체 르네상스 시대, 런던 산업혁명시대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도제식 교육이 성행했던 르네상스시대에 가장 많은 천재들이 등장했다. 간절함을 교육과 학습에 접목시킨 시대정신이 만든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풍족의 시대는 어떠한가? 넉넉함은 나태와 사치와 타락을 가져오는가? 그럴 수 도 있지만 아닐 수 도 있다. 풍족함은 여유를 뜻한다. 여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를 가능케 한다. 창의성의 보고가 될 수 있다. 결핍으로 인한 창의성이, 있는 것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효능을 발휘한다고 한다면, 풍족으로 인한 창의성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크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창의성이 아니라, 남는 것을 다른 것으로 변형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결핍은 채움을 갈구하게 하고 동경하게 하는 동기가 되며 풍요는 여유를 통해 새로운 창의성의 원동력이 된다. 어떠한 상황이 됐든 그 안에 안주하거나 좌절하여 파묻히지 않겠다는 인간의지의 표현이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끝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상황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추구해 나가는 호기심을 지녔다.  이 인간본성이 현재의 인류사를 만들고 앞으로도 만들어나갈 것이다. 한 곳에 머물거나 좌절하는 것은 곧 도태됨을 뜻한다. 결핍에서 희망을 찾고 풍요에서 부족을 엿보듯이, 다름을 발견하고 새로움을 찾고 메우고 개척하는 것이 인류가 걸어오고 남긴 발자취이자 앞으로의 길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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