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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6. 2024

잔머리 쓰도록 만드는 나라, 잔머리 가장 잘 쓰는 나라

한국민족만큼 잔머리 잘 쓰는 민족도 없다고 한다. 한국인 비하발언으로 오해는 하지 마라. 그렇다고 한다고 전언하는 것뿐이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긴데 그렇기야 하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피해 가는 편법을 쓰는 데 있어서는 가히 한민족을 따라올 종족이 없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언론지상에 매일같이 나오는 사건사고와 사기 사건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잔머리 쓰는 금융사기, 사이비종교 사건이 가장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하지 않던가?


'잔머리(tactic)'를 쓴다는 표현은 "일을 손쉽게 하거나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부리는 얕은꾀"를 말할 때 쓴다. 법과 관습을 지키고 따르기보다는 탈법과 편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하수의 전술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도 이 잔머리 꼼수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8천만 원 이상 법인차량 번호판을 녹색으로 바꿨더니 자동차 계약할 때 다운계약서 써서 녹색번호판을 피해 가더라"라는 기사다. 애당초 이렇게 가격에 따라 차량 번호판 색깔을 달리 달도록 만든 공무원 아저씨들의 잔머리를 의심해봐야 할 듯 하지만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잔머리 꼼수를 쓰도록 여지를 주는 허술함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모든 법인차는 영업용 택시 번호판이 노란색이듯이, 차량가격에 상관없이 초록색을 달도록 하면 이런 꼼수를 쓰느라 잔머리 굴리지 않아도 될 일 아닌가? 법인차 타고 주말에 골프장 가는 게 창피하게 느낀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들 알겠지만 한국 골프장은 법인카드가 먹여 살리고 있다. 자기돈 내고 골프 치러 가는 사람 몇 명이나 되는지 주변을 살펴봐라. 자기돈 내고 한 달에 한두 번 골프장 가면 사실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잘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주말에 골프장 한번 가면 기본 40-50만 원 깨지는데 월급쟁이들은 애당초 골프 치면 안 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그렇게 많았다던 젊은 골퍼들이 대부분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SNS 사진 찍으러 가려고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비용 감당이 안 되는 줄 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그린피하고 클럽하우스 밥값이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늘집 떡뽂이 접시, 순대 접시에 5만 원 내고 생맥주 한잔 마셔봐라 가볍게 10만 원이다. 눈 뒤짚힌다. 법인카드가 빚어낸 허상의 마술이다. 골프장에서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변명할 것이다. 훌륭한 조경과 시설, 4계절 때문에 들어가는 잔디 관리비용 등이 엄청나기 때문에 당연한 비용 산정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법인카드와 골프장의 결탁으로 인해 빚어진 럭셔리의 허상이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주말에 초록색 번호판의 법인 차량이 골프장에 많이 보인다는 것은 접대를 와서 주말에도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주말에도 일을 하는 대단한 민족이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불쌍한 영업맨들이 골프장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주말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데 할 수 없이 접대하고 영업하러 골프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심정을 초록색 법인차량은 알려나?? 골프장의 잔머리에 골퍼들이 당하고 있는 것일까?


잔머리에 대한 일화들은 수없이 끌고 올 수 있다. 하나만 더 들어보자. 오래전에 뉴질랜드 남섬으로 이민을 간 가까운 지인이 있었다. 이민을 가서 한국교포들과 친해지고자 한인 성당에도 가고 교포 커뮤니티에도 열심히 참석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먼저 이민 온 교포들이 낚시를 가자고 하더란다. 자기가 알기론 당시에 바다로 나갔던 어류들이 강으로 돌아오는 회기철이라 바다낚시는 가능했지만 강에서 하는 낚시는 금지 시즌으로 알고 있던 시기였는데 가자고 해서 의아해했단다. 그랬더니 강과 바다가 합류하는 지점에 가서 바다로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 아니고 강 쪽으로 낚싯대를 던져 고기를 잡더란다. 한국인들만이 할 수 있는 잔머리 꼼수에 놀라 자빠졌단다. 이런 편법 꼼수가 싫어 뉴질랜드로 이민까지 갔는데 거기서도 영락없이 한민족의 투혼을 발휘하는 분들이 계셨다고 ㅠㅠ


왜 한민족 특유의 전머리 꼼수 문화가 성행하는 것일까? 법을 허술하게 적용하고 얼렁뚱땅 만들어서 그런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제강점기 36년을 거쳐오고 한국전쟁이라는 인간 심성의 끝판까지 경험한 때문이 아난가 한다. 일제치하에서는 법을 어기는 것이 애국이었다. 일본 놈들이 만들어 놓은 거니 따르면 매국이었다. 36년 동안 한민족 피에 녹아든 편법의 우호 심리가 아닌가 한다. 또한 전쟁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기로다. 합법을 논하고 정의와 윤리, 정당함을 논할 때가 아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한국인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는 바탕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우리처럼 전쟁을 겪었거나 식민지 생활을 오래 했던 국가들의 국민들이 눈치가 빠르고 약삭빠르다. 베트남이 그렇고 인도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듯하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편법과 위법이 통하지 않아야 한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통하는 사회에서는 잔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게 된다. 기본이 서지 못하는 사회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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