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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8. 2024

세종대왕과 대화를 하면 알아들을까?

아주 사소한 궁금증이 하나 있어 여기저기 포탈을 뒤적이고 유튜브도 찾아봅니다. "어느 정도 과거로까지 옛날 사람들과 말, 언어,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입니다. 유튜브에 찾아들어가니 금방 동영상이 검색됩니다. 포탈에서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잘못 입력해서 그런지, 한참을 찾아도 찾기 어려웠는데 말입니다.  유튜버들과 지식인들은 참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보다 유튜브 동영상 채널을 통한 직관적 지식 보급이 더 일반화된 모습입니다.


제가 찾은 동영상은 2개입니다. 하나는 '오늘지식'이라는 유튜버가 만든 "한국어 발음 시대별로 어떻게 다를까?"(https://www.youtube.com/watch?v=xi_uQ5WJq1Q) 동영상과 '글을 올리는 샘- 향문천' 유튜버께서 올려주신 "과거로 가도 말이 통할까?-한국어의 변화"(https://www.youtube.com/watch?v=uGDDyMWHJtg&t=0s)입니다.


두 동영상을 통한 결론을 먼저 말하면, 100년 전까지는 일부 생소한 단어들이 있긴 하지만 서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훈민정음을 만든 조선 초기까지만 올라가도 말에 성조가 있고 해서 알아듣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눈치로 대충 이해는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고려로 넘어가고 신라, 백제, 고구려로 넘어가면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언어, 말의 변화에 대한 시계열적 흐름이 이렇듯이, 지라적 격리로 인한 발음의 차이 변화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현재에도 제주도 방언을 육지사람들이 들으면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충 알아듣기는 하지만 지례짐작으로 때려잡는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 '황산벌'에서 '거시기' 단어의 본 뜻을 알아내고자 하는 장면을 코믹하게 묘사한 장면의 판박이일 겁니다.

언어는 이렇게 시간적, 공간적 한계 속에서 그 공동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하게 작동합니다. 공간적 영역을 확장해서 교류가 필요할 정도로 사회 규모가 커지고 나서야 소통을 위해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을 합니다. 문화적으로 더 앞 선 공동체가 있다면 언어도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단어를 받아들이고 성조도 받아들여 혼합된 언어로 변형이 되어 갑니다. 지금 우리가 대화 중에 수많은 영어 단어들을 무의식적으로 섞어 쓰는 것과 일맥상통할 겁니다. 대화 문장 중에 영어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 유식해 보이고 것처럼 보는 사회 현상입니다.


언어는 생각의 시작입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인과적으로 세계를 보기 시작한 발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인과적으로 보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원인과 결과로 세상을 보는 물리의 세계를 삽니다. 힘을 가하면 움직임의 변형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나 상태가 바뀐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이 인과의 인식은 언어에도 그대로 투영됩니다. 일관성 있는 문맥을 가지고 있어야 말이 되고 언어가 됩니다. 언어는 철저히 인과로 증명되는 법칙입니다. 원인과 결과로 구성되지 못하면 횡설수설이 됩니다. 무슨 말인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은 대단한 것입니다. 소리 내어 발음하는 것을 그대로 적어놓을 수 있게 되었기에 같은 소리를 다르게 받아들일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대에 어떻게 발음하고 읽었을 것이라는 차원은 다른 문제입니다. 훈민정음으로 인하여 한민족의 생각의 방향에 길을 만들어 놓은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곧 생각이고 감정이고,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훈민정음이 곧 한국인 심성의 바탕인 것입니다.


언어는 그 시대의 문해력을 반영합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의 의식과 행동양식의 기반을 구성하고 있음은 틀림없습니다. 긍정의 언어, 행복의 언어, 따뜻한 언어, 보듬는 언어를 사용해야 우리의 심성도 같이 긍정적이 되고 따뜻해지며 더불어 기쁘고 행복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언어의 힘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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