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Apr 22. 2024

간절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명(生命 ; live)을 생명답게 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살아있음'이다. 살아있음의 원천은 움직임이다. 운동이고 행동이다. 지구상 모든 생물의 기본 정의가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어디서 오는가? 간절함에서 온다. 지구 생명역사의 근원은 간절함이다. 간절함이 적응을 낳고 생명 진화를 만들었고 생존을 가능케 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바닷물 속의 수소를 탈취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물분해 광합성을 해냄으로써 아직도 지구를 점령하고 있으며, 육지로 올라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아가미를 허파로 변형해 공기호흡을 하기 시작한 양서류들도 있다. 대형 판피어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물속의 양치식물 뿌리를 헤치고 도망쳐 살아남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지느러미에 힘을 키운 틱타알릭도 그렇다. 새로운 종으로 분화되는 모든 시작에는 이렇게 간절함이 있었다.


우연한 진화는 없다. 살다 보니 그냥 적응되고 맞춰진 것은 없다는 소리다. 살아남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당시 상황을 이겨내고 버텨낸 것만이 살아남았다. 변화를 힘들어하고 작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지구생명 역사가 생생한 증거다.


간절해야 자기를 바꿀 수 있다. 아가미를 허파로 전환해야 물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고, 지느러미의 힘을 키워 중력을 버틸 수 있어야 몸을 세워 걸을 수 있다. 지금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그 첫 시도를 했던 생명의 후손들이다.


인간으로 넘어오면 그 간절함은 언어에서 나온다. 사물이나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어야 비로소 존재로 드러난다. 이름 붙인 단어로 명명되기 전에는 존재의 대상이 아니기에 어떠한 간절함도 불러올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움직임도 만들어낼 수 없다.


바로 단어가 개념을 만들고 의미를 담고 나아가 행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물 및 존재에 이름 붙이기가 왜 중요한지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집에 키우는 반려견이나 반려묘, 심지어 소나 양에도 이름을 붙여주면 존재의 형상이 달리 다가온다. 이름 없는 개와 고양이는 그냥 존재 자체일 뿐이지만 이름 붙인 개와 고양이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뭐가 다른가? 이름을 붙이면 존재로서 명명하는 것이며 존재로서의 품격을 부여하는 일이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격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름을 붙이면 간절함이 따라붙는다. 나의 존재와 이름 붙인 대상이 동급이 된다.


이름 붙인 단어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집단지성이 발휘되었을 때 그 간절함이 배가될 수 있다. 혼자만 아는 단어와 이름은 간절함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온 사회가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단어가 갖는 힘이자 집단지성의 발로다.  개인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은 이루어낼 수 있다. 달로 화성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인류의 지성이 바로 집단지성의 간절함이 모여 이루어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간절함을 공유하게 한 언어의 위대함이다.


간절해야 움직일 수 있고 간절해야 해낼 수 있다.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나에게 지금 간절한 것은 무엇인가? 돈? 취업? 여행? 행복? 사랑? 친구? 공부? 지식? 뭐가 간절한지 모르겠다고?


무엇이 간절한지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은 삶을 무난히 잘 버텨왔다는 증표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본인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 간절히 원한 것들의 총합이 지금 나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간절함을 주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주문은 행동을 만든다. 의식을 깨어있게 하고 간절함을 되뇌게 함으로써 잊지 않게 한다. 그래서 반드시 이루어지게 하고 해내게 한다. 물고기도 지느러미의 힘을 길러 육지로 올라왔는데 추상에 존재를 입혀 실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은 무엇인들 못하는 게 있겠는가? 사람마다 간절함의 수준이 다르고 간절함의 깊이가 다를 뿐이다. 나에게 지금 간절하다는 것은 내가 지금 갖고 있지 못한 것이고 내가 넘어야 하는 장벽일 수 있다. 간절함은 도전을 낳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가 된다. 생명의 진화의 원동력은 그렇게 우리의 DNA에 알알이 숨어있다. 간절함에 사무쳐보자. 간절함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