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영화의 효용성
전형적인 영화에도 효용이 있다. 영화가 전형적이라는 건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다 예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형적인 영화에도 장점이 있다. 영화 '시스터액트'는 전형적인 영화의 장점을 보여줬다.
전형적이라는 건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재현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전통적 가치관은 권선징악이 대표적이다. 권선징악은 뻔할 수 있지만 보는 사람에게 통쾌함을 준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권선징악은 마음을 치유해준다.
'시스터액트'는 주인공 들로리스가 암흑가의 거물인 빈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며 시작한다. 들로리스는 빈스와 내연관계였다. 들로리스는 빈스와의 비밀스러운 관계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빈스는 들로리스에게 아내의 코트를 선물했고, 들로리스는 빈스와 청산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빈스의 방을 찾아간 들로리스는 빈스의 범죄현장을 목격했다. 빈스 일당에게서 도망친 들로리스는 경찰을 찾아갔다. 경찰에 신고한 들로리스는 증인이 될 것을 약속하고 보호를 받는다. 경찰에서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곳, 외부와 단절된 수녀원에 들로리스를 숨긴다.
여기까지만 봐도 앞으로가 예상된다. 들로리스는 무사히 숨어있다가 구출될 것이고 빈스는 악행을 저지른 만큼 처벌받을 것이라는 걸. 아니나 다를까 들로리스는 역경을 넘어 무사히 보호 받고 빈스는 경찰에 연행된다. 뻔하지만 통쾌한 진행이다.
'시스터 액트'에는 전혀 다른 두 유형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도시화, 개인화로 공동체 의식은 약해져간다. 문제는 공동체 의식이 약해져가며 공감 능력과 연대 의지도 함께 약해진다는 것. 소수와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의 중요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수녀원에 잠입 아닌 잠입을 하게 된 들로리스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수녀들에게 낯섦을 느낀다.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메리 패트릭 수녀를 보며 불편하기도 한다. 그러나 곧 순수한 인류애를 보여준 수녀들에게 들로리스는 마음을 연다. 수녀들은 낯설어하는 들로리스를 포용해주며 자신들에게 합창의 재미를 알려준 들로리스에게 호감을 느낀다.
수녀들은 들로리스를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들로리스가 위험에 빠졌다는 걸 안 수녀들은 헬기 조종사를 압박해 들로리스가 있는 클럽으로 향한다. 수녀로서 가면 안 될 곳을 향한 것은 물론 위험까지 무릅쓴 것이다.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람들이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연대하는 과정이 보인다.
메리 라자러스 수녀는 수녀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들로리스에게 잘해줬다. 들로리스는 합창 후 자신에게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는 메리 라자러스 수녀에게 마음이 갔다. 자신의 숨은 가치가 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메리 라자러스 수녀와 함께 들로리스는 펍으로 향했다. 수녀들의 일탈을 보며 낯선 데서 오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메리 패트릭 수녀까지 깜짝 등장하며 장면의 흥미를 더했다. 메리 패트릭 수녀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했다.
들로리스가 빈스 일당에게 도망치며 나오는 몸개그(?),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한 수녀들은 전형적인 유머 장치로 제 역할을 했다.
춤과 노래는 누구나 좋아한다. 자신이 즐기지 않더라도 보면서 흥미를 느낀다. 영화 '시스터 액트'하면 'I will follow him'이라는 노래가 떠오를 만큼 '시스터 액트'는 노래를 잘 활용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다른 감상보다 일단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끔 영화를 연출했다.
영화 '시스터 액트'는 1992년 작이다. 전형적일 수밖에 없는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저 옛날영화가 아니라 전형적이라고 느낀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과거에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서다. 어느 시대에 봐도 재미 있도록 본능적인 즐거움과 군더더기 없는 유머코드를 심어둔 영화 '시스터 액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