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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할머니 May 02. 2020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식물과 꽃을 좋아하길

화병 꽂이 화분갈이 꽃꽂이


우리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또 뭐가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뭘 안 해봤을까나~?


이 날도 커피를 마시며 베란다를 나가 조촐한 정원을 감상하는데 '나도 마실 것 좀... 으윽..' 하는 애들이 보인다.

물을 받는 소리를 귀신 같이 알아듣고 달려 나온 아이들과 함께 화분에 물을 주면서 생각했다.

'내가 물을 줄 때마다 관심을 보이며 한 번씩 거드는 우리 아이들이 식물과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우선 멋없게 자란 스킨답서스를 다듬으며 첫째에게 알맞은 길이로 자르게 하고 화병에 담아서 키워보기로 했다.

물이 쑥 줄어들고 이곳저곳에서 뿌리가 나온 걸 첫째가 알아채고 신기해할 날이 어서 오길,

이왕이면 자라고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끔 한 번씩 길이도 잴 수 있게 해 줘야지 생각했다.

"우리 첫째 둘째 얼마나 키 컸나 엄마 아빠가 키 재 줄 때 네들은 얘네들이 얼마나 컸는지 재어주는 거야 알았지?"



애들 낳고는 화초를 잘 돌보지 못해서 한 번씩 벌레가 생길 때마다 죽어나가는 화분들이 많았고 전처럼 자주 식물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그래도 적어도 1년에 한 번, 매년 봄에는 꽃시장에 가서 같이 살고 싶은 나무와 이쁜 초화류를 데려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봄이 오는 것도 만끽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때 마침 동네 하나로 마트 앞에서 봄꽃 행사로 화분들을 판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매번 밖에서 하던 흙놀이 집에서도 한번 해보지 뭐~!' 하며 판을 키웠다.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고르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몇 개 못 집어왔지만 갖고 와서 꺼내놓으니 더욱 이쁘다.

역시 기분 내기에는 이만한 게 또 없다.


본격적으로 해볼까나~?

베란다에 놀이매트를 깔고 분갈이 시작!

첫째가 심다가 뿌리가 상해 죽어버림 어쩌나... 아주 잠깐 조마조마했다.

알려주는 대로 조심조심 다루는 첫째의 모습이 너무나 이뻤다♡

둘째는 웬일로 오빠가 뭐하는지는 관심도 없이 돌멩이와 흙을 섞으며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며칠 후 내친김에 절화도 조금 사 왔다.

결혼하면 항상 집에 꽃을 꽂아 놓고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꽃으로 좀 놀아보라고 꽃을 사다니...

그나마 출산 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할 때면 새벽에 꽃시장도 다녀오곤 했었는데,

집에 손님이 오시거나 정말 내 기분의 전환을 위해 극약처방이 필요할 때나 조금씩 사서 꽂아 둔다.

(핑계를 대자면 꽃의 원가를 알면서 꽃가게에서 사는 게 나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플로랄 폼을 자르고 꽃도 맘대로 자르고 들쑥날쑥 길게 꽂는 첫째.

난 꽃을 폼에 꽂는걸 재밌어할 줄 알았는데 플로랄 폼을 자르고 꽃대를 자르는  더 재밌어하더라는..

결국 나중엔 꽃 길이가 점점 짧아져 간신히 폼에 꽂히고 짤뚱한 센터피스가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경험해 본 것으로 만족하자!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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