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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구름 Apr 01. 2024

당신은 어떤 손님인가요

들어가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처음 알바한 곳이 편의점이어서 그런지 2, 30대에 걸쳐 계산원으로 일한 경험이 꾸준히 쌓였다. 편의점, 놀이공원 기념품점, 동네 마트까지 계산대에 서서 여러 사람을 상대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일이 분 남짓 계산하는 시간 안에 한 사람의 단면을 꽤 투명하게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면이 켜켜이 쌓여 입체감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없는 찰나의 인상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관찰자로서 손님들의 언행을 바라보았고 그 덕에 어떤 손님을 만나든 크게 마음 상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기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내가 만난 손님들을 글로 남겨두려고 한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계산대에서 여러 사람들을 상대했던 경험은 나에게 참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손님들은 자신이 웬 계산원의 머릿속에 꽤 오래 남아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겠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사람 보는 눈을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정중히 전해본다.


    아무리 계산원 경력이 길어도 난 아직도 손님이 어렵다. 오늘도 고민은 이어진다. 방금 나간 손님에게 난 어떤 계산원이었을까. 내 말투나 표정이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았을까. 어떤 의도가 있던 건 아닌데. 그리고 고민의 답은 다음 손님에게 얻는다. 이분은 어떻게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을 만큼 공손하실까. 나도 손님에게 은연 중 마음의 여유를 풍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음 손님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인사가 튀어나온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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