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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현 Jun 24. 2020

국어 교사로서의 삶, 이대로 멈춰도 좋은가?

시작, 그 미약한 다짐

 나는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본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점수가 남들보다 높아서, 학교 방학 숙제로 써 간 독후감으로 상을 받아서, 나는 국어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던 나에게 잘하는 교과가 있어 자연스럽게 이 길에 접어 들었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법에 대해 배운 적이 별로 없고, 대학에 가서도 창작과는 거리가 먼 것들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배웠다. 임용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더더욱 작가의 의도, 아니 출제자의 의도를 읽는 법만 연습했지 나 스스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해 본 적은 거의 없다.

 나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국어 교사로서 많은 것을 기대한다. 사실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나 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서는 보잘것 없지만, 국어를 전공했고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글을 잘 쓰시겠네요.’, ‘시 쓰는 거 어렵던데, 어떻게 쓰세요?’ 등등 많은 기대와 질문을 던진다. 그 때마다 나는 ‘저 책 읽는 거 싫어해서, 글도 못 써요.’라는 말로 농담처럼 넘겨버린다.

 나는 이대로 살아서는 안될 것 같다. 앞으로 긴 세월을 학교에 몸담고 있어야 하며, 국어를 전공한 수 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국어교사를 대표하여 글 못쓰는 사람으로 이렇게 부끄럽게 살아갈 수만은 없다. 내 생각을 온전하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내 주관 없이 눈치를 보며 살아오기도 했다. 이제라도 내 남은 인생은 내 생각을 찾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나는 국어 교사이자 하나의 인간으로서 이대로 멈춰있지 않겠다. 단, 국어 교사라는 타이틀은 지워버리자. 하나의 인간으로서 온전히 내 생각을 제대로 밝힐 수 있는 작가가 되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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