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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현 Jun 27. 2020

나 때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내 생각을 내세우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상황과 시대, 그리고 그 생각을 가진 나라는 존재는 항상 바뀐다는 것이다. 누군가 어느 시점에 나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그 이후 영영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 뻔하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의 생각에 구식 생각에 갇힌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게 싫었다. 그런데 마침 유행처럼 번지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이야기를 비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덕에 내 생각을 이야기하기는 더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서 강연과 자기 계발 서적을 찾아 읽으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좇으려 한다. 하지만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의 생각은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아하곤 한다.

  나는 양쪽 모두의 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라떼의 주인, 말하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라떼 주인들은 자신의 실패담을 영웅담처럼 늘어놓으며 자신의 노력을 문제 삼지 않고, 자신이 처했던 환경을 들먹이며 현재의 여건이 나아졌음을 강조하며 듣는 이와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일침을 가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에 주제는 없다. 그 여건이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 없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으로 바꾸어 놓았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으라는 이야기들 뿐이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다. 힘들었던 여건을 참고 견뎌 그 터널을 빠져나온 것을 자랑스러워할 뿐, 후배를 위해 그 여건을 고쳐준 선배들은 흔치 않다.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의 여건에서도 성공을 위해 힘든 점은 없는지, 어떤 점이 나아지면 좋겠는지 물어보는 질문일 텐데.. 그러면 함께 신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이 이야기는 한 사람만 신나서 떠드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면 라떼를 마시는 사람, 듣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야기를 듣기 전에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절대로 라떼를 팔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아마 당신도 또 누군가에겐 자신의 라떼를 팔고, 강요하고 있을 수도 있을걸. 절대 확신은 금물이다. 시대와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유명 강연자와 자기 계발 서적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당신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성공? 부자 되기?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강연자와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며 자신의 주변 인물이 하는 이야기는 실패자의 이야기라 듣고 싶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자.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둘의 성공자가 나오는 현시대에서, 성공이 우리에게 가까울까? 실패가 우리에게 가까울까?

  물론 우리 주변의 라떼 장수의 라떼를 맛있게 받아먹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실패 요인도 들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는 것도,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도, 실패 후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도 모두 성공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아마 그들도 젊은 시절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의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고, 당신들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좋은 의도에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지금 ‘나 때는 말이야..’ 하고 이야기를 했던 그들은 시간이 지난 후 또다시 후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나도 남들의 잔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듣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하는 지금을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다. 나는 나이지만, 나는 계속 변화한다. 그 방향은 더 나아지는 쪽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내 생각을 이렇게 표현하기 시작하는 것은 지금의 나도 나고, 다음에 후회하며 내 입장을 번복하는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덜 후회하고, 덜 돌아가며 바른 길로 성공하며 늙어가고 싶다. ‘나 때는 말이야..’하고 이야기를 시작해도 많은 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여건을 바꿀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진짜 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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