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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삼삼 Jul 23. 2023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인간관계가 귀찮은 회피형 인간이라면

나는 회피형 애착유형 인간이다. 겉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아마도) 대인관계는 물론이고 일을 대하는 태도, 삶의 전반적인 범주에서 스스로 느낀다. 인터넷에 나오는 회피형에 대한 정보들은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거나, 그 정도가 지나친 사람에 대한 특징 위주거나, 회피형에 대한 조롱식 평가가 많다 보니 마상만 입고 크게 도움이 안된다. 극복방법을 찾아보면 결국엔 '안정형을 만나라'가 공통된 답이었다. 맘에 안들었다. "꼭 안정형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거야? 혼자는 못하는 거야??"생각이 들었는데 이 마저도 회피형다운 생각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특징과 극복방안을 알고 싶어서 관련 책을 집어들었다. 책정보는 맨 하단에.





회피형이라고 느낀 순간들


- 관계에서 친밀함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극소수를 제외하면 가능한 일정 거리를 두려 한다.

-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

- 일이 초반에 너무 잘 진행되거나, 뭔가가 성사될 기미가 보이면 불안하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실제로는 도망가지 않는다. 다만 일을 망칠까봐 지레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시간이 꼭 있다.)

- 솔직한 속마음이나 감정을 잘 털어놓지 못한다.

-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어렵다. 혼자 버티는 편.

평소 스스로 독립적인 편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회피형 특징과 겹치는 부분이다.




회피형에 대해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


- 생후 6개월부터 단 3개월 동안만 어머니와 적극적으로 접촉해도 안정형 애착 성향이 형성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 이 기억도 안나는 신생아 시절의 3개월 기간 동안 정성을 다해 보살펴주는 특정양육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 동안 대인 관계나 행동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 회피형 성향을 보이는 아기라 해도 함께하는 시간이나 스킨십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면 짧은 시간 안에 안정형 애착 성향으로 바뀐다.

- 사람들 중 3분의 2는 두 살 때의 애착 성향을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한다.

- 부모 스스로는 아이에게 '평범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감이 없는 반응만 되돌려 주는 경우도 많다. 애착관계 형성의 필수는 '반응'과 '공감'이다.

- 불안정한 애착유형은 완전히 바꿔야만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 사람의 특성 같은 것이며, 심리학적이라기보다 생물학적인 성격을 띤다. 그 특성을 잘 유지하면서 좀 더 안정도를 높여가면 된다.

- 회피형 인간이 정말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지만 만약 그것을 파트너와 공유하면 그 사람에 대한 공감이나 존경심이 커진다. 또 오랫동안 함께하면서도 애착이 싹터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조금 더 안정될 순 없을까? 회피형 회복을 위한 과제


1. 이야기하기: 지금까지 피하기만 했던 문제와 마주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기. 꼭 필요한 단계.

2. 실패의 긍정적 측면 발견하기: 상처받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일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발견

3. 최악의 상황을 상상: 가장 걱정하는 그 상황이 얼마나 슬픈지, 괴로움, 비참함을 그대로 느껴본다. 처음에는 괴로움과 슬픔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지만, 계속 상상하면 '뭐 죽을 정도는 아닐지도..?'라는 마음이 든다.

4. 폰 그만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시간을 공유한다: 회피형들은 커뮤니케이션에 약한 경우가 많아서 타인과 이야기하며 비언어적인 대화나 스킨십을 늘려 뇌의 사회적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한마디로 현실을 살라는 말)

'도망쳐봤자 별 수 없다.', '아무리 불안해도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
그리고 실제로 그 상황에 뛰어들어 보면 본인이 느꼈던 불안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필요한 것. 안전기지


어느 때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존재.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응답'을 해주는 관계. 그것이 안전기지다. 도망치기 좋은 장소가 아니다. 안전기지는 자립을 전제로 지원해 주며 동시에 노력과 자제를 요구한다. 상대의 나쁜 점은 포용하고, 좋은 점은 주의를 기울인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애착유형분포는 대략 안정형 40%, 불안형 35%, 회피형 25%라고 한다. 절반이 넘게 불안정한 애착유형. 그러니 본인이 안정형이 아니라고 해서 지나치게 낙심할 것도 없고.(혼자 이상할바에야 다 같이 이상한 건 좀 위로가 된다. 너는 거기가 아프니? 나는 여기가 아프다. 우리 서로서로 이해하고 도와주자.)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불안정형일 수 있으니, 서로의 유형에 대해 알아두고 결핍을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회피형의 입장에서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동시에 소중한 사람이 회피형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을까? 도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에 사연없고 결핍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각자의 불완전함을 인지하고, 도망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 첫걸음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는, 그냥 무수한 인과의 결과에 불과하다. 아무리 인생을 완벽하게 살고 싶어도 온갖 우발적인 요소와 타인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들이 결핍으로 괴로워할 때 그 결핍을 이해하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해줄 수 있는 포용이 필요한 것 같다. 회피형들이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오카다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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