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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Mar 03. 2024

푸바오, 너는 알까.

 안녕, 푸바오!     


 오늘이 너의 마지막 판다 월드 퇴근이 되었네.

 실시간 유튜브를 보면서 얼마나 눈물을 훔쳤는지,

 너는 알까.

 아니야, 몰라도 돼. 괜히 해 보는 말이야.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는 내가 너무 주책 같았어.

 그래도 어쩌겠어.

 눈물이 자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어, 그냥 흘리고만 있었지.     


 아 맞다.

 늘 행복해하는 너라서 ‘눈물’이라는 걸 모르겠구나.


 아쉬운, 안타까운, 슬프고, 아프고, 속상한,

 또 한편으로는 좋으면서 기쁘기도 한

 뭐 그런 마음들 말이야.

 그런 마음이 가득 차서 넘치려고 하면

 아주 맑고 투명한 액체가 되어

 눈을 타고 흘러내린단다.

 그래, 너의 ‘고구마’ 같은 거야.     


 하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만은 아니었어.

 너무 고마워서였을 거야.     


 너란 존재를 나는 참 늦게 알았단다.

 너에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서운해? 옛날이야기이니까,

 부디 그때의 나를 이해해 줘.      


 아마 그날부터였던 것 같아.

 내가 너에게 빠진 건.

 우연히 강바오의 다리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너를 보게 된 후

 나는 어떤 저항도 포기한 채 완전히 푸며들어버렸지.     


 처음에는 마냥 귀여웠어.

 무해하다는 단어가

 마치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지.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너는 나에게 행복만 주는 거야.

 그것도 그저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려는 것 같았어.     


 ‘이모,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야’하고

 계속 반짝여주던걸?

 푸바오, 나 제대로 본 거 맞지?   

 

 그런 너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웃는 것밖에 없었어.

 어떨 땐 행복해서 웃는 것 같았고,

 또 어느 날은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 같았지.     


 실은 가끔 운 날도 있었어.

 이름처럼 너를 사랑으로 키우는 아이바오를 볼 때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엄마의 시간들이 보이는 거야.

 우리 엄마도 나를 저렇게 키웠겠구나, 하고 말이지.     


 그럼 그때 내가 아까 말한 고구마가 나온 거냐고?

 말도 마. 아주 펑펑.

 쉿! 근데 이건 너랑 나랑의 비밀이다?!


 아주 가끔 네가 혼날 때도,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어.

 내가 지금 너의 나이였을 땐 그저 서럽기만 했는데,

 이제야 우리 엄마 참 힘들었겠다 싶더라.

 그럼 알지, 알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걸.

 나도 그래. 우리 통했다!


 알고 있니, 푸바오?

 네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너는 나를 자라게 했단다.

 사랑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기쁨이 무엇인지.

 오직 너라는 존재로 알려주었어.     


 너는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가르쳐 줄 거야.     


 행복은 가까이에 있기도 하지만

 멀리 있다고 해도 괜찮다는 걸.


 다만 멀리 있을 뿐

 행복은 사라지는 게 아니란 걸

 너를 통해 알게 할 거야.     


 대한민국 용인시가 배출한

 행복 일타강사 푸바오를 나는 믿어!


 정말로 고마웠어, 푸바오!

 한없이 사랑할게, 푸바오!

 영원히 행복하자, 푸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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