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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May 28. 2022

싸이월드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봤을 때 누구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이 첫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나 예전에 살던 동네 주민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밴드나 온라인 카페를 이용해서 친구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연락도 하고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소식을 알 수 없는 친구들은 생각나기 마련이다. 내게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불타는 청춘이라고 하는 대학교 때의 친구들이 자주 생각나곤 한다. 잘 지내고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등 궁금한 것도 많다. 나는 가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는 상상을 하면서 친구에게 이런 궁금한 것들을 묻는다. 한 친구를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그때 형편이 어려웠지만 친구 덕분에 웃을 수 있었고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 연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처럼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처럼 수줍음을 많이 타고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클럽에 가서 친구들과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댄스 동아리에 들어갔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사람은 가끔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다가 저녁 시간이 되면 댄스 스튜디오로 가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열정적으로 춤을 췄다. 매일 두 시간씩 춤을 추고 샤워장을 나오면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라도 공부에 지장을 준다면 춤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친 몸으로 다시 도서관에 앉아 책을 펴도 전혀 피곤한 줄 몰랐다, 춤을 추고 오면 오히려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여러 대학교나 클럽에 초대되어 공연을 하러 다녔다. 자주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내 모습을 본 친구들은 나에게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게는 매력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때 함께 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서로 격려하며 무대에 오르던 친구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있는 가구, 텔레비전, 소파, 하물며 수족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에 빨간 압류 딱지가 붙었다. 얼마 있지 않아 우리 가족은 풀뿌리 흩어져야 했고 어머니와 나는 몇몇 옷가지만 들고 변두리에 방 두 칸짜리 전세를 구해 나와야 했다. 나는 젊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지금까지 남의 집에서 살아 본 적 없는 어머니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새로 이사 간 집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뭐든지 새로 장만해야 했다. 중고 텔레비전과 기본적인 식기류를 사러 다닐 때 함께 해준 친구가 바로 땀을 흘리며 춤 연습하고 공연하러 다녔던 친구였다. 친구와 나는 중고 텔레비전과 받침대를 사 들고 집에 왔다. 나는 형광등 교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친구는 공학도 답게 능숙하게 텔레비전을 설치하고 집안의 전선도 교체해주었다. 나는 그날 친구를 보내고 너무 고마워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과외도 늘리고 주말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면서도 춤 연습과 공연은 빠지지 않았다. 형편이 안 좋아져서 장학금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했다. 누군가는 내게 춤추러 다닐 상황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당시 나를 숨 쉴 수 있게 한 것은 춤과 공연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얼마 전에 SNS에서 오랫동안 소통하고 있는 지인이 싸이월드에서 찾은 추억의 사진을 올리며 나에게도 올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찾아보았다. 그 사진들 중에서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나를 숨 쉴 수 있게 했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흘린 눈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진 속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때부터 누구보다도 성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때 내가 읽었던 책들은 하나같이 자기 계발에 관한 책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이 다르면 내용도 다르게 느껴지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체화될 수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자기 계발서를 책꽂이를 매울 정도로 사서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와 내가 2년 동안 세 들어 살았던 그 집에서 행복한 일이 참 많았다.          


중고 텔레비전과 받침대를 함께 들고 와 설치해준 친구는 졸업하고 곧장  결혼했고 퇴근 후에도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렸다. 그리고 소식이 끊겼다. 세월이 많이 흘러 새해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밤에 카톡 음이 울렸다. 캐나다에 있는 친구였다. 세상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친구는 밴드에도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친구는 다른 친구의 생일이면 잊지 않고 밴드에 들어와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길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어머니께서도 가끔 그 친구의 이름을 잊지 않으시고 안부를 물으신다.           

     

오늘 문득 싸이월드 사진을 정리하다가 내 인생에 있어서 소중했던 장면들 그리고 마음 따뜻한 친구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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