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rea Jul 06. 2022

요즘 어때?

국수

- 요즘 어때? 

- 나?

-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니?

- 전반적으로 잘 지내고 있어.

- 전반적으로 잘 지내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 특별히 좋은 일도 없고 특별히 나쁜 일도 없지만 감사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야.

- 다행이다. 나는 요즘에 날씨가 하도 더워서 입맛도 없던데 너는 요즘에 뭐 먹고 사니?

- 여름이니까 최대한 간단하게 먹으려고 하고 있어. 

- 예를 들면?

-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식사로 국수를 먹은 적이 있어.

- 일주일씩이나? 

- 그래, 일주일 동안 먹었어.

- 왜? 

- 국수가 먹기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잖아.

- 비빔국수 말이야?

- 비빔국수 말고도 시원하게 먹는 법이 많아. 잘 들어 봐. 난 여름에는 소면보다는 중면을 먹어. 쫄깃쫄깃한 식감이 중면이 더 좋거든. 일단 국수를 삶는 거야. 

- 국수 삶을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거라도 있을까?

- 국수를 삶을 때 하얀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면 찬물을 부어줘. 그러면 면발이 더 탱글탱글해지거든. 

- 아, 찬물을 부어주면 면발이 탱글탱글해진단 말이지?

- 그래. 국수를 삶았으면 찬물에 국수를 잘 헹궈줘야 돼. 그래야지 전분기가 씻겨지거든. 

- 그런데 국수를 헹굴 때 마치 수건 빨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 진짜 빨래하나 보지 뭐. 헤헤. 농담이고 차가운 물에 면을 빨래하듯이 헹구면 그만큼 쫄깃쫄깃해진다나 봐. 

-알았어. 그다음엔?

- 면의 물기를 잘 빼고 그릇에 담아서 그때그때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돼. 

- 너는 어떻게 먹었는데?

- 첫날에는 갖가지 약재를 넣고 닭백숙을 하는 거야. 닭이 잘 삶아지면 먼저 살코기를 발라내고 국물은 채로 거르고 기름기를 제거한 후에 냉장고에 넣어두는 거야. 국물이 시원해지면 삶은 국수에 시원한 국물을 붓고 살코기를 올려서 먹는 거야. 

- 그거 맛있겠다. 여름에 먹기 딱 좋겠다. 느끼하지도 않고 말이야.

- 빙고. 다음날에는 비빔국수를 해 먹었어. 양념장은 고추장, 설탕, 식초, 매실청 조금씩 넣고 잘 녹여줘. 오이랑, 깻잎 좀 채 썰어서 고명으로 올려 먹어 봐. 먹을 만 해.

- 비빔국수는 쉽게 해 먹을 수 있겠다. 다음은?

- 다음은 콩국수야. 

- 그런데 집에서 콩국수 하는 건 너무 번거로운 거 아니야?

- 왜? 콩을 맷돌에 갈게? 믹서나 블랜더 있잖아. 

- 야, 그래도 씻을 것도 많고 콩도 미리 담가 둬야 하는 거잖아.

- 맞아. 사실 나도 콩국수를 해 먹으려고 콩을 사지는 않아. 

- 근데?

- 얼마 전에 밥해먹을 콩 두 종류를 샀어. 하나는 비싼 서리태고, 나머지는 저렴한 흰 강낭콩이었어. 서리태는 밥에 놓아먹어도 맛있던데 흰 강낭콩은 왠지 밥보다는 떡이랑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 그래서 안 먹고 남겨둔 거야. 흰 강낭콩을 삶아서 그대로 식힌 다음 믹서에다 소금 약간 넣고 갈아. 믹서로 갈 때는 콩 삶은 물로 농도를 조절하면 돼. 국수에 콩국을 붓고 얼음 몇 개 넣고 오이 한토막 채 썰어서 위에 올려서 먹으면 끝. 어때? 콩국수 만들기 쉽지?

- 만들 때 번거롭기는 해도 직접 만들어 먹으면 재미있겠다. 

- 빙고. 다음엔 국수에 차가운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거야. 

- 그럼 먼저 동치미를 담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야, 그러면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겠다.

- 그거 좋은 생각이야. 나도 집에 동치미가 없어서 시장에 가서 좀 사 왔어. 

- 야, 그거 먹으려고 시장까지 가서 동치미 국물을 사 왔다고?

- 동치미 국물에 국수 말아먹으려고 시장에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냐? 시장에 갔는데 동치미 판다고 하길래 사 온 거지. 

- 아무튼 동치미 국물에 국수라, 시원하고 맛있었겠다. 다음엔 또 뭐 있어?

- 다음에는, 시장에 갔는데 단배추 한 단에 천오백 원하는 거야. 그래서 두 단을 사 와서 김치를 담갔지. 담고 보니까 김치가 참 맛있더라. 그래서 국수를 삶아서 단배추 김치를 넣고 비벼 먹었지. 

- 단배추 김치가 맛있으면 국수도 맛있겠다. 

- 빙고. 

- 다음은? 

- 여름에는 입맛이 없잖아. 그래서 여름이면 오이로 피클을 만들어 먹거든. 

- 오이 피클? 오, 상큼하게 맛있겠다. 어떻게 만들어?

- 잘 씻은 오이를 작당한 크기로 잘라. 둥그렇게 잘라도 되고 5센티미터 길이로 잘라서 네 등분해도 돼. 노란 파프리카, 빨간 파프리카, 양파, 청량고추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두는 거야. 중요한 건 절임물인데 물, 식초, 설탕, 통후추, 소금 약간을 넣고 팔팔 끓여야 돼. 중탕으로 소독해 둔 유리병에 준비해둔 오이, 파프리카,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뜨거운 절임물을 곧장 부어주는 거야. 그대로 두었다가 식으면 뚜껑을 닫아서 냉장고에 넣어 둬. 몇 시간만 지나면 바로 아삭거리는 오이피클을 먹을 수 있어. 

- 오이 피클이랑 국수랑 어떻게 먹어? 

- 하루는 오이 피클이랑 콩국수를 먹고, 하루는 오이 피클이랑 비빔국수를 먹고, 하루는 오이 피클이랑 동치미 국수를 먹는 거지. 단배추 김치 국수를 먹을 때도 오이 피클이랑 같이 먹어 봐. 

- 알았어, 그러면 다섯 가지에다가 나머지 두 가지는 뭐야? 

- 국수로 파스타를 해 먹는 거야. 프라이팬에 토마토소스, 올리브 오일, 파슬리 가루, 마늘을 넣고 휘젓다가 소금, 후추로 마무리하는 거지. 삶아 놓은 국수에 소스를 부어 비벼 먹는 거야. 그러면 뜨겁지도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 파스타도 국수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먹어도 되겠다.

- 그럼 마지막 하나 남았지?

- 그래, 그 하나가 뭔데?

- 그건. 다음에 말해 줄게. 

- 야, 장난하지 말고 빨리 말해 봐.

- 알았어. 마지막은 간장 국수야. 

- 간장 국수?

- 그래. 소스만 잘 만들어서 비벼 먹으면 돼. 양조간장 5스푼, 설탕 2스푼, 참기름, 매실액, 볶은 깨를 넣고 잘 저어주면 끝. 삶은 국수에 소스를 부어 잘 버무리면 끝. 보기 좋은 간장 국수가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계란 하나 삶아서 반으로 잘라 올리고 오이채 좀 올리면 끝. 어때? 참 쉽지? 

- 어,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잘 기록해둘 테니까. 그냥 네가 해줘라. 

- 잘 가.




*지금까지 매일 밤 열 시부터 브런치에 들어와 작가님들의 소중한 글을 읽었는데 당분간 개인적인 일정으로 매일 들어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자주 댓글을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시간 나는 대로 잘 읽겠습니다. 제 글도 7월에는 속도 조절을 하면서 올릴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작가님들을 비롯한 모든 구독자님들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여름 #뭐먹어 #국수 #요즘어때 #입맛회복



작가의 이전글 생각 버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