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울고 나니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꺼이꺼이 운 것은 아니지만,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고, 거기서 내가 꺼낸 말은
“이렇게 눈물 조절이 잘 안돼요...”
의사는 지금의 삶이 원해 원하던 삶인지 물었다. 그리고 대답 못하는 나에게 다시 설명을 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살았던 삶을 되돌아보면 나는 내 일도 하고 아이들 케어하고 남편이랑 행복하게 가정 꾸리며 잘 살았다. 생각할 것 같냐고 물었다.
그때 갑자기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이 떠 올랐다. 순간순간 정신을 놓고, 다른 사람으로 행동을 하는 주인공 김지영이 극 후반부에 치료를 받으며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하던 그 대사
“선생님 저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또 어떤 때는 어딘가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요.”
딱 저 마음이었다.
나는 행복하다. 내가 가장 믿고 의지라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내가 되고 그 사람과 나 닮은 아이 하나 그 사람 닮은 아이 하나 낳고 그 아이들이 내가 세상 속 전부라 느끼며 사랑을 퍼부어주고, 가끔 나의 옆자리에 눕겠다고 신랑, 큰아들, 작은 아들 할 것 없이 투닥거리는 요즘이 정말 행복하다 느낄 만큼 행복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일에 치이고,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케어하다 보면 어딘가 갇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한... 70% 정도요?”라고 대답을 하고 나니 이처럼 바보 같은 답이 어딨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30프로는 무엇 때문에 빼놓았나 물어보고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중간중간 어렸을 적 엄마, 아빠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형제에 대한 이야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막연한 꿈의 이야기까지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리고 다시 생각하고 질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내 감정을 잘 알지 못하겠다. 행복한데 행복하지 않다. 분명 우울하지 않은데 우울하다.
눈물이 날 일이 없는데 눈물이 난다. 불안할 이유가 없는데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