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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연 Dec 23. 2021

저는 층간소음 가해자입니다.

인사를 가는 게 아니었어... 

가해자가 된 지 꼬박 2년이 다되어간다. 

처음 입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를 돌봐주고 계시던 어머님께 아래층에서 올라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나는 4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지라, 인사라도 드릴 겸 그날 저녁 남편과 아이를 함께 데리고 아래층으로 인사를 갔다. 친정에서 올라온 사과를 챙겨 들고 아이에게 인사도 시키고 우리도 조심하겠다 잘 부탁드린다며 이야기를 나누고 올라왔다. 

아래층은 전에 살던 집에서 층간 소음 때문에 힘들어 이사를 왔다고 했다. 우리를 보고는 좋은 이웃을 만난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진짜 우리를 마냥 좋게 봐주시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야기하자면 나는 아주 뭐라고 해도 찍소리도 못하는 윗집으로 낙인찍힌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후 아랫집은 수시로 인터폰이 오고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순간 이 정도도 시끄럽다고? 싶은 적이 많았지만 그래도 피해를 받는 건 아랫집일 테니...라고 생각하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에 일반 매트를 깔고 지내는 것으론 안 되겠다 해서 거금을 투자해 매트 시공을 했다. 그 당시 시공 매트 중에 가장 두껍고 비싼 상품을 선택했다. 거실 시공에만 3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그래도 아랫집의 항의는 점점 더 심해졌다.  

어느 날 주말 점심시간에 올라와 우리 큰아들을 똑바로 보며 "뛰지 마라 뛰면 아저씨한테 혼난다"라고 경고하는 아저씨를 보고는 다시는 문을 열어주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날도 하필이면 내가 집에 있는 게 아니라 갓난쟁이였던 둘째와 함께 있던 어머님이 아랫집 아줌마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당시 우리 집은 뛸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왜? 싶었는데... 내가 아들을 딱 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참을 어머님께 넋두리를 하고 가셨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충격적인 말은 

" 제 지인들은 애새끼 다리를 자르라는데... 그럴 수도 없고..."였다. 

지금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순간에도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의 공포다. 

우리 아들이 뭐 얼마나 시끄럽게 한다고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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