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하면 알아서 될 줄 알았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진로를 잡았다면, 구직을 하기 전 이 정도는 가닥을 잡아야 덜 헤맨다.
나는 어떤 단계의 디자인을 하고 싶고, 어떤 공간을 다루고 싶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분류이다.이보다 더 다양한 분류가 있겠지만, 구직자들이 많이 지원하는 분야 위주로 작성했다.
A. 다루는 공간에 따른 분류
a. 상공간(F&B, 의류 등)
의류 쪽을 많이 다루는 회사(특히,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는 어느 정도 매뉴얼이 정해져 있을 확률이 높고,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의류를 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성에 좀 더 집중한 디자인을 다룰 확률이 높다. 회사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에 따라 물론 많이 다를 수 있다.
F&B는 사실 들은 바가 많지는 않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고 마감재에 있어 각종 음식물로 인한 오염에 대한 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
b. 호텔
생각보다 객실만을 다루지 않고, 호텔에 들어가는 모든 시설(F&B, 스파, 로비, 갤러리 등)을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을 다뤄볼 수 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잘 모르는 사람이 이것저것 발 담그면 이도 저도 아닐 때도 있다.
c. 주거
크게 단독주택이나 개인 의뢰로 진행하는 일반 레지덴스,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사로 나눌 수 있다. 일반 레지던스 회사에서 면접 볼 기회가 있어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아무래도 안전성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았다. 나는 컨셉추얼한 디자인을 좀 더 선호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아 거절했었다.
d. 오피스
오피스를 다뤄본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돈 들어가는 곳(원안을 많이 쓰는 곳)은 한 군데였다. 사장실... 나머지 직원 공간은 효율성을 많이 따지고 가격경쟁력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었다.
e. 문화시설(영화관, 콘서트장 등)
들은 바가 없어 설명을 하기 어렵다.
f. 전시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비딩(입찰되기 전에 하는 디자인 제안, 티저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을 많이 하는 회사가 많은 것 같다. 전시장 내부의 디자인도 하지만, 각종 전시 관련 굿즈나 포스터 제작까지도 담당하는 회사도 많다고 한다.
g. 병원
들은 바가 없어 설명을 하기 어렵다.
h. 종교건축
들은 바가 없어 설명을 하기 어렵다.
B. 설계 단계에 따른 분류
회사의 규모나 디자인 방향성, 추구하는 바에 따라 장단점은 항상 바뀔 수 있다. 아래는 둘 다 어느 정도 큰 회사라는 가정으로 비교한 것이다. 또한 회사 분위기 따라 시공 담당자가 더 우위일 수도 있고, 디자이너가 더 우위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기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시공 및 감리 순으로 진행된다.
a. 기본설계(+기본설계를 하는 회사는 기획 설계도 대부분 같이 담당한다.)
- 매력적인 디자인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줘 현혹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화려하고 비싼 디자인을 선보일 때가 많다.(전제는 예산이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시공을 같이 할 때보다는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만약 돈은 덜 벌어도 좋으니 멋있는 디자인하고 싶다면 추천)
b. 실시설계(+기본설계도 하되 실시설계도 같이 하는 회사)
- 한정된 예산 안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본설계보다는 비싼 디자인을 제안하기 어렵다. 만고의 진리가 있지 않은가, 사람 보는 눈 다 비슷해서 이쁘면 비싸다. 회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자금이 여유로워 여러 복지나 보너스가 더 후한 경향이 있다.(나는 대단한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추천)
b-1. 샵 드로잉
- 공사할 때 실제로 어떻게 시공될지 아주 자세하게 그린 도면을 뜻한다. 대부분 실시설계 내에서 움직이지만 시공방법이 어려운 경우 샵 드로잉을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이걸 풀어낸다.
나는 인테리어과를 졸업한 후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었고, 뭘 해야할지 몰라 많이 방황했다. 막연하게, 멋진 디자인이 하고 싶다만으로 졸업했더니, 어딜 지원해야 하는지 기준조차 없었다. 앞으로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