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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훈 May 16. 2024

부모의 사랑은 의무인가요

어버이날 쓴 편지



부모님에게.


사랑은 덤이다.

"내가 왜 너를 좋아해야 하지? 네가 먹고, 입고, 잘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너를 좋아해서가 아니야. 그것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누구도 널 좋아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니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라."


최근에 짧게 스쳐 지나간 영화의 대사다. "왜 나를 좋아하지 않죠?"라는 아들의 질문에 대한 아버지의 답변이다.

부모는 자식을 키워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좋아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식의 입장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는 책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책임은 사랑이 아닌가? 책임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것. 그 또한 사랑이다.

나는, 우리는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부족할 수 있지만 내가 받아온 사랑은 당신들의 책임에서 피어났다. 당신들의 사랑에서 피어났다.


책임을 졌다면 사랑은 덤이다. 책임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강한 책임과 서툰 사랑으로 나를, 우리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편지를 읽은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생각에 잠기셨고

아버지는 생각하게 하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며 '글이 서민적이지 못하다'라고 하셨다. 

읽음과 동시에 서툰 사랑을 증명해버리시는 아버지가 유쾌하다. 물론 나 역시 유쾌함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즉시 반박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정보전달하는 글이 아니지 않으냐고. 그냥 편지니 읽으시라고


서툰 사랑에서 피어난 사랑 역시 서툴다. 

그 서툶이 나는 좋다.

서툰 당신들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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