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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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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맑음 Nov 30. 2024

내 옆에 바싹 다가선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제로 비로서 실감하게 된 정년퇴직

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창립된지 십 년이 넘으며, 매년 한두 명씩 퇴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직이 아닌, 자의가 아닌, 회사 규정에 의하여 일정 연령이 됨에 따라 회사를 나가야 하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퇴직자였다. 

 

내가 처음으로 정년퇴직이란 것과 맞닥뜨렸을 때는 내 나이 사십대 후반이 훌쩍 넘었을 때였다. 그때 나에게 정년퇴직은 남의 일처럼 여겼었다. 그 해 정년퇴직한 분과는 같이 근무해 본 적도 없고, 나이 차도 많이 나고 나와 성향도 다른 중년 남자였으니 나에게는 그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근무하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정년퇴직자에게 이렇게 무심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정년퇴직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부재했던 당시 회사의 분위기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몇 년이 흐른 후, 나와 지근거리에서 근무하던 두 사람이 연달아 정년퇴직을 했다. 한 분은 나와 오랫동안 같은 팀 혹은 바로 옆 팀에서 근무했던 상사분이었는데, 그에게는 아줌마스러운 성향이 있어서 여자 직원들과 수다떠는 것을 무척이나 즐겼었다. 그와 수다를 떨 던 사람중에는 물론 나도 포함되었다. 그는 퇴직한 후에는 평생학습관에서 베이커리며, 전기, 목공 기술을 배웠고, 지방에서 귀농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주중에는 농사를 짓고 주말에는 집에 올라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풍문이 들렸다. 그 분과 친하던 여자 상사분 역시 이듬해 퇴직했는데, 그녀는 퇴직을 앞둔 해 여름부터 수도권 어딘가에 있는 그녀 일가 소유의 땅에 농사를 지으러 다니곤 했다. 두 분의 상사를 보면서도 역시나 정년퇴직은 나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몇 년이 흘렀고,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정년퇴직'이라는 네 글자는 나의 옆에 바싹 다가서있었다. 내가 정년퇴직을 체감한 계기는 '임금피크제' 때문이었다. 일정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정년까지 임금을 삭감하고 그 돈으로 신입직원을 채용하는게 더 생산적이라는게 애초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내게 '정년퇴직'은 더이상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었다.  


사측은 내게 3년에 걸친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동안 급여를 얼마나 차감할 것인지에 대하여 설명해주지 않았다. 물론 내가 물어봤으면 급여 담당자는 귀찮아하면서도 성심껏 답변은 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는, 그래서 깍인 급여만큼 '임금피크제 연차'가 주어진다는, 그 임금피크제 연차는 꼭 다 사용해야 한다"는 (피고용인이 다 사용하지 않고 남은 임금피크제 연차만큼 돈으로 보상해 달라고 하면 사측에서는 돈으로 보상해줄 수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일방적인 설명을 담은 사내 메일이 내게 날라왔을 뿐이었다. 그 메일을 읽으며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정년퇴직에 대해 전혀 프렌들리하지 않은 회사의 분위기를 새삼 실감했다.      

  


(사진출처 :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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