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먹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한 하이난 야시장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참 많이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고 싶었다.
어딜 가든 시장을 구경하는 나.
하이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이난 여행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바로 싼야 시내에 위치한 야시장이었다.
내 배는 각종 해산물로 가득 차서 더 이상 들어갈 곳도 없었지만
야시장엔 코끝을 간지럽히는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는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야시장에 들어선 순간,
그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맛있는 것들로 가득 찰 것 같았던 야시장은
먹는 것보다 못 먹을 것들이 가득했다.
온도계는 32도를 가리키나,
체감온도는 35도를 나타내는 하이난의 낮.
밤은 그나마 살만하다.
그래서 밤이면 사람들이 다 이렇게 밖으로 나오다 보다.
야시장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역시나 목청이 큰 사람들.
누가 보면 싸우는 줄 알겠지만,
사실 흥정하는 것이고,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좌판에는 팔찌, 목걸이 등등의 액세서리와
각종 피규어 등등이 깔리고,
사람들은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물건들을 구경하고, 살까 말까 망설인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나는
넋이 나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보다 더 혼란스러운 중국 시장도 다녀봤지만,
나에게 아노미 상황을 준 시장은 또 처음이었다.
귓가에 맴맴 돌며 들릴 듯 안 들리는 중국어 때문에
그들의 말을 조금이라도 들으려고 귀를 쫑긋거리고,
도둑은 호시탐탐 내 가방을 노리기에
가방은 사수해야겠고
카메라로 사진은 또 찍어야겠으니,
이보다 부산하고 정신이 없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부산함의 결과는 사진을 절반이나 날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나마 이 사진들이라도 남았기에 다행이다.
야시장엔 상인과 장인들 외에도
거지도 있고,
도둑도 있다.
여기 사람들 손재주가 참 대단한 것 같다.
병 안에 색을 입힌 모래를 넣어서
또다시 입체 그림을 만든다.
스푼으로 모래를 떠서 병에 넣을 뿐인데
어떻게 바다도 되고,
태양도 되고,
사람 눈이 되는지
난 그저 신기함에 감탄만 하고 있었다.
액세서리도 많이 팔고 있었고,
사람들은 너 나할 것 없이 흥정을 하고 있었다.
특히 팔찌가 많이 보였다.
가죽 팔찌끈에 각종 참을 끼워서 만든
판** 스타일의 팔찌는 제일 인기가 많았다.
명품 팔찌는 못하겠고,
비슷하게 다들 이렇게 팔찌를 하고 다니나 보다 싶었다.
이것저것 주렁주렁 끼워 넣고,
가죽 줄도 하나 더 샀음에도 불구하고 50위안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만원 정도다.
가짜라는 티도 잘 안 나고,
이번 여름은 그냥 이 팔찌만 끼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원의 행복을 이 팔찌를 사면서 누렸다.
비싼 팔찌는 못 끼지만,
대신 이거라도 끼면서
언젠가는 진짜 팔찌를 낄 날이 오겠거니...
그런 생각도 해보고.
그리고 직접 만든 각종 피규어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야하다 보니
좀 비싸긴 했지만,
기념품으로 하나 가질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먹는 건 잘 보이지 않았다.
중간 정도에 꼬치 가게나 과일 가게가 좀 보였고,
대부분 이렇게 공예품이나 모자, 옷 정도를 파는 가게였다.
하이난 시장에서는
열쇠고리, 휴대폰 고리, 펜던트 등
정말 많은 공예품들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볼품없이 못생겼던 회색빛 돌이
가공을 통해서 투명한 핑크빛의 돌로 변하고,
울퉁불퉁 보리수 열매가 예쁜 열쇠고리로 변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야시장은 마치 손재주를 자랑하러 나온
사람들이 모인 곳 같았다.
다들 너무나 놀라운 실력을 갖고 있어서
과연 누가 최고의 실력자인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내 안목이 더 높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장 와서 이런 생각을 할 것이란 건
꿈에서도 몰랐었지.
야시장 구경의 묘미는 그저 먹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이난 야시장을 둘러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먹는 재미보다 구경하는 재미, 쇼핑하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는 것을...
먹지 못할 것들이 가득 모여있기에
더 집중하면서 돌아보게 된다.
물론, 신경의 일부는 가방에 가게 되어서
좀 다니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야시장의 재미는 이런 것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고로,
야시장 갈 때는 많은 돈을 들고 다니면 안된다.
귀중품은 잘 보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백팩은 앞으로 메고,
핸드백은 크로스로 멜 것.
휴대폰 역시 잘 챙겨야 한다는 것.
흥정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
여긴 시장이고, 정가제가 아니니까~
시장 구경은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