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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양 Sep 10. 2015

럭셔리 여행 vs 배낭여행, 선택은?

#2. 돈이 문제가 아니다. 엄마는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좋은 것



갈 곳은 많다.

하지만 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은, 저비용항공기를 이용했다. 나중에 부자되면 더 좋은 비행기를 태워드리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3월 홍콩으로 엄마와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1년이 훌쩍 넘은 지난 8월에 필리핀 세부로 엄마와 두 번째 여행을 다녀왔다. 


이 이야기들은 차차 풀어나갈 예정이다.


아이처럼 마냥 신나하시는 엄마 @홍콩



어찌되었거나...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두 번째 여행 준비는 한결 수월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하면서 부딪혔던 장애물들을

이제는 거뜬히 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를 많이 다녔기에 여행이 자신 있었고,

친구도 아닌 엄마랑 같이 가는 여행이라

더욱 자신만만했었다.


하지만 여행지를 정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예산이었다.


자칫하면 엄마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이

용두사미가 될 판국이었다.




#. 럭셔리 여행 vs 배낭여행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칠 뿐~

집세, 생활비, 적금 등이 빠져나가고, 

그나마 엄마 여행 보내드리겠다고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100만 원 남짓.



"엄마랑 가는데 예산이 이걸로 될까?"

"돈을 더 모아서 일단 고급지게 가야 하지 않을까?"

"여행을 나중으로 미룰까?"


나를 가장 불안하게 했던 생각들이었다.

일단 고급 리조트나 고급 호텔을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여태 딸 둘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니까, 

엄마는 그런 곳에서 당연히 쉬셔도 된다고 생각했다.


아등바등 열심히 모은 돈이긴 하지만 

여행경비를 충당하기란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걸 또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떠나자라는 생각을 했다.


대안은 손품 팔기.

내 손만 부지런해지면 되었다.

(저렴한 항공권 검색, 괜찮은 호텔 검색 등등...

소셜 검색, 여행사이트 검색, 에어몰 등등 매일의 시작과 끝은 여행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일이었다.)


특급호텔은 아니지만,

중간 정도의 넓고 괜찮은 호텔로 하면 좋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엄마가 늘 타시는 저비용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여행경비는 더 내려갈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관건은 엄마.

최대의 난관이었다.


엄마에게 뭐라 말씀드리지?



해외여행 간다고 엄청난 기대를 하실 텐데,

큰일이다... 했지만....


"돈이 하영 이신 것도 아니고, 비싼 곳으로 가잰햄시냐게.

 싼 데 강 자도 괜찮주...

같이 가는 게 좋은거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비싼 곳으로 가려고 하니.

싼데 가서 자도 괜찮아.

같이 가는 게 좋은거니까)"


다행히 엄마는 나에게 먼저 말씀을 해주셨다.

정말 눈물 나게 감사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엄마의 말이 압권이었다.


"엄마도 등에 가방 메고 가카?(갈까?)"

"콜!"



배낭을 멘 엄마와 나. 내 가방 끈은 옆으로 가 있다는... (내 가방이 좀 더 무거웠기에...) @홍콩에서


이렇게

엄마와 나의 첫 해외여행은 배낭여행으로 결정 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가 배낭얘기를 먼저 꺼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오 남매를  뒷바라지하느라,

학교도 중간에 그만두셨던 엄마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등에 가방을 메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토록 책을 넣고 메고 다니고 싶었던 가방이었지만,

이제는 메고 다니려니 나이가 너무 들었다면서 

그저 장이나 보러 갈 때나 등에 메고 간다던 가방.


그 가방에 간소한 짐을 넣고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 하니

엄마는 정말 설레 하셨다.


엄마의 첫 해외여행은

딸과  함께하게 되었고, 

젊은이들처럼 배낭을 메고 하는 여행이 되었다.



엄마와  함께하는 해외여행 Tip.


엄마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

엄마가 살아온 인생, 엄마의 어린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면 

엄마가 하고 싶은 것들이 느껴진다.



엄마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엄마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계획되었던 것이다.


준비를 하면서 엄마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엄마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와 더 가까워진 느낌?

엄마랑 친구가 된 느낌이랄까?


뿌듯함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엄마와 더 자주 연락하고 더 신나게 수다떨 수 있어서

힘든 준비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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