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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Jan 26. 2023

맞벌이 워킹맘의 생활과 장단점

남편과 나는 양가 도움 없이 아기를 키우고 있으며 맞벌이 중이다. 아기가 6개월 즈음이 될 때까지 양가 부모님이 오셔서 도와주셨으나 지금은 양가 도움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며 양육하고 있다. 나와 남편은 보통 매일 출근하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병원 체크업을 받으러 갈 때는 재택근무를 한다. 나는 원래 주부 생활을 할 계획이었지만 계획이 변경되어 일을 하게 되면서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고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만 장단점이 있다. 



장점


1.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게 아기를 보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일을 하러 나가며 쉬러 가는 기분이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어른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원하면 사무실에서 혼자 고독을 즐길 수도 있고, 점심시간에는 주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나 남편과 점심을 즐기기도 한다. 아기를 집에서 볼 때는 친구도 만나기 힘들고, 혼자 있을 시간도 전혀 없고, 아기를 케어하느라 하루 종일 집에만 매여 있었고 정말 정말 바빴다. 일을 시작하고 난 후론 어른의 삶도 조금이나마 즐기고 (아기가 없을 때완 비교할 수 없다) 전보다 훨씬 더 여유를 느끼고 있다. 


2. 당연한 이야기지만 커리어를 공백 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 어린이집에 보내는게 내 양육하는 것보다 더 아기에게 자극을 잘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기를 6개월까지 집에서 양육하면서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 아기의 발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몸을 쓰고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아기가 너무 예쁘고 하루가 갈수록 발달하는 게 신기했지만 그렇다 해도 아기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기 때문에 어른으로써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난감도 제한적이고 나의 창의력도 제한적이라 아기도 지루해 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 다른 아기들과 한데 모여 함께 기어 다니는 게 즐거운지 항상 웃는 얼굴의 사진이 찍혀 있다. 


4. 집에서 양육할 때 보다 서로에 대한 애틋함도 생겼고 아기와 보내는 시간의 질이 높아짐을 느낀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빨리 퇴근해서 아기를 보고 싶다. 그래서 한걸음에 달려가 아기를 픽업하고 아기가 잠들 때까지 남편과 번갈아 가며 틈틈이 집안일도 하면서 아기와 논다. 아기도 우리와 노는 게 좋은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고, 집에서도 우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한다. 


5.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인데, 내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남편의 육아참여도가 50%가 되었다. 내가 일을 하기 전에는 내가 85%, 남편이 15% 정도 양육했던 것 같다. 육아휴직 중일 때는 나는 쉬고 남편은 일을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내가 거의 하루 종일 육아를 담당했다. 그래서 아기와도 더 친해졌고, 육아도 더 익숙해져서 아기도 나를 더 찾았다. 주변에 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아기가 엄마를 계속 찾게 되어서 아빠가 소외되고 엄마가 할 일이 많은 경우가 많다. 아마 내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아기가 잘 때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남편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하와이에서 열린 결혼식에 다녀왔을 때 남편이 홀로 아기를 5일 동안 양육했는데, 그때 육아 마스터가 되어서 아기도 아빠를 더 찾는다. 




단점


1. 가장 큰 단점은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여러 아기들과 지내기 때문에 자주 아프다. 콧물과 기침은 거의 달고 살고, 고열이 오른 적도 서너 번 있다. 아기가 아플 때마다 엄마인 나는 너무 걱정이 되고 아픈 아기보다 더 힘들다. 아이가 아파 오는건 어린이집에선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그래서 아플 때마다 이게 맞는 결정인가, 이제라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거나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베이비시터 대신 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는 베이비시터 한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기가 불안하고, 베이비시터의 사정상 스케줄 변동이 생기는 것이 예측 불가능하고, 또 베이비시터와 깊은 유대를 쌓을 텐데 언젠간 아기가 커서 베이비시터와 떨어져야 할 때 아이의 상실감이 클 것 같아서이다. 어린이집에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여럿이다 보니 바이러스가 잘 옮아온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에게 옮겨서 나와 남편도 자주 아프다. 


2. 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아기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더 잘 볼 자신이 없는데도... 


3. 아기가 보고 싶다. 


4. 어린이집 비용도 만만치 않다. 뉴욕 물가가 비싸서 한 달에 $2500이다. 다행히 내 경우엔 어린이집 비용보다 많이 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커리어를 이어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가족의 재정에 큰 보탬이 된다고 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동안은 버는 돈 이상으로 지출이 나가더라도 경력이 계속 쌓이고 연봉이 오르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 연봉이 고스란히 가족의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5. 어린이집이 집에서 보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관리가 부족하다. 기저귀도 3~4시간에 한번 갈아주는 정도이고 아기 식사도 부모가 챙기는 것처럼 열심히 챙기지는 않는다. 때마다 밥은 주지만 부모처럼 따라다니면서 먹이지는 않는다. 두 번 정도 어린이집에서 실수로 아기 밥을 먹이지 않아서 아기가 배가 고파서 난리가 난 일이 있었는데 너무 속상하고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은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장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주 들여다보고 건의도 자주 하고 있다. 놀아줄 때에도 아기들은 많고 선생님은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아기들에게 부모처럼 관심을 주지는 않는다.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도 아기들끼리 기어 다니면서 서로 쳐다보고 노는 걸 보면 신기하고 귀엽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의 루틴에 익숙해져서 잘 지내고 있다. 아기가 커가면서 우리의 루틴이 바뀔 수도 있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수도 있고, 부모 중 하나가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장은 지금이 만족스러운 것 같다. 아기가 10개월쯤 되니 이제 아기 육아의 가장 힘든 부분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루틴

7시 

아기 분유 먹이기 

아기 아침 준비

강아지 산책

출근 준비


8시

아기 어린이집 등교

출근


오후 5시 

퇴근

어린이집에서 아기 픽업

한 명이 아기 분유 먹이고 놀아줄 동안

아기 저녁 준비

어른 저녁 준비

강아지 산책


6시 

아기 저녁 식사

뒤처리 

급한 집안일 (빨래, 설거지 등등) 


7시~8시

아기 취침

어른 저녁 식사


8시~ 10시

다음날 아침 식사 준비

간단한 운동 + 샤워 + 머리세팅

강아지 산책

휴식


주말

청소 

장보기, 음식 소분하기 

아기 이유식 만들기

어른 밥 짓고 야채 다듬어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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