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
권 사원은 오늘도 출근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꾹꾹 담은 책
정 대리는 하루 종일 자동차만 알아본다. 신차도 보고 중고차도 본다. 김 부장이 슬금슬금 걸어오면 재빨리 화면을 바꾼다.
김 부장의 특기는 멀리서 팀원들 뭐 하는지 감시하기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하게 다가와 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목에 방울을 달아주고 싶다. 그래서 왼손은 늘 'Alt +Tab'을 누를 준비가 되어 있다. 화면 빨리 바꾸기는 정 대리 전문이다.
나도 정 대리와 같이 업무시간에 Alt+Tab을 필수적으로 사용했던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에 내심 뜨끔했다.
자동차 쇼핑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무와 무관한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지, 가족여행으로 어디를 갈지 한 번도 안 해다고는 못하겠다. 누구든 한 번 이상은 그러지 않았을까.
회식 장소를 정할 때도 뭐 먹을지 팀원들에게 의사를 물어봐 놓고, 결국은 본인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어차피 본인이 정할 거면서 왜 물어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김 부장 팀에는 3년 차 막내 권사원이 있다.
권사원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든 겪었을 일들을 겪고, 일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지난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회사일이라는 게 특정 연구 개발직 말고는 일반적으로 약간의 센스와 눈치, 부지런함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대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교체될 수 있는 부속품이다.
그토록 원하던 직장인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나.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했던 나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살아왔다.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처럼 지나왔다.
교체될 수 있는 부속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하고 있는 업무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고, 뭐 하고 있는 거지? 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에 사로잡힌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보았을 그런 고민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참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써 내려간 작가의 필력도 상당히 좋았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고민하고 있다는 무언의 위로도 받았던 것 같다.
연말을 맞은 직장인이라면 새해가 되기 전에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