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보고 왔어요.
"죽으면 좋은 이야기만 해주네?"
"그게 송덕문(頌德文)이라는 거야."
죽은 이의 공적을 기리는 글,
친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송덕문을 쓰는 것.
그 과정에서 기억 속, 내면 속의 친구와 대화하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소재였습니다.
글쎄요, 누군가의 공적을 기릴 만큼
가까이서 그이의 삶을 본다는 건 어떤 걸까요.
"남은 사람이 써주기로 약속하는 거야"
죽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메멘토 모리,
그것이 "제한의 원리"가 갖는 삶의 미학이니까요.
인생이 아름답다면,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우리의 삶에는 끝(제한)이 있기 때문일 테죠.
우리는 언젠가 죽음으로 삶을 완성합니다.
어떤 이야기로 완결될지는 두고 봐야겠죠.
아니, 그건 우리가 쌓아나가야겠죠.
그러나 그만큼 '봐주는 사람'도 중요합니다.
극 중에 이런 말이 나와요.
"독자가 없는 책은 아무 의미도 없어,
책이 없는 독자도 아무 의미가 없고."
삶은 한 권의 책과 같습니다.
마지막 마침표가 찍혀도 독자, 타자가 있다면
그것은 줄곧 읽히기 마련일 테죠.
가브리엘 마르셀을 떠올려봅니다.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말은,
그의 글에서 빌려온 것이거든요.
어떤 책으로 남을 것인지,
그리고 어떤 독자에게 읽히고 싶은지.
내가 살아가며 읽어낼 인간은 어떤 사람들 일지,
내 송덕문은 어떻게 쓰일 것인지.
어떻게 마치면서,
다른 의미로 새롭게 태어나 불멸할 것인지.
상상해 보는 밤입니다.
공교롭게 눈이 많이 내렸어요.
무섭게 휘몰아치는
그러나 한편으로 포근하게 쌓이는 눈이었습니다.
참으로 멋진 눈이었어요.
오늘 저는, 그 아름다운 눈발을 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