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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자 Jul 25. 2021

합작 애니 [넛잡]을 통해본 한국 애니메이션의 방향성

상업성과 감동은 양립되는 가치가 아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하면 개인적으로, 익살스러움이 먼저 떠오릅니다. 무언가 슬랩스틱 코미디가 많고, 재치 있는 대사들이 은근히 많은. 그런 느낌의 애니메이션이 제게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은데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 소개해드리려는 [넛잡]이라는 작품은 그런 적당한 유머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1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을 나름 알차게 활용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자신 있게 추천한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나쁘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설치류 친구들의 겨울나기 프로젝트, 과연 땅콩 상점의 땅콩을 무사히 확보해낼 수 있을지! 지금부터 한국 애니메이션 [넛잡]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100%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하지만 흥행했어! 

출처 : 네이버 영화

넛잡은 캐나다와 미국, 한국의 합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언론에서는 국산 애니메이션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세 나라가 합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니 이 부분은 바로 잡아야겠지요.  


한국에서는 레드로버 애니메이션 회사가 제작을 담당했는데, 이후 넛잡 2까지 제작을 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굴뚝 마을의 푸펠]이라는 작품을 국내에 배급하기도 했는데요, 레드로버의 이런 행보를 보면 단순히 애니메이션 제작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여러 분야를 폭넓게 다루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에 현명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


한편 흥행면에서 살펴보면, 넛잡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제작비 4200만 달러를 투자해 손익분기점 8400만 달러를 넘어선, 1억 1300만 달러를 벌었고, 추가로 2차 시장 (블루레이, dvd 판매)에서도 반응이 좋았다고 하니 상업적인 면에서는 투자 대비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작품성면에서는 평가가 좋지 않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며 특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싸이 말춤은 정말 별로다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도 실제로 작품을 보면서, 중간에 강남스타일 bgm이 나오는 부분이 솔직히 싫었어요. 몰입도 확 깨고,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 강했거든요. 트렌드에 따라가려는 시도였던 것 같은데, 없느니만 못했습니다. 


2. 구체적인 작품 내부를 살펴보자, '정치적 싸움'이라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동물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아,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국회 이런 수준의 정치까지는 아닙니다. 


공원 마을의 식량 배급을 책임지고 있는 라쿤은, 현재 식량이 모자라 이번 겨울을 나는 것이 부족하다 말합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죠. 반면, 청설모 설리는 자신이 구한 식량을 왜 공원 동물들과 나눠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앞가림만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땅콩이 가득 쌓여있는 상점을 발견하곤 혼자 독차지하려 하죠. 나중에 이 소식이 라쿤의 귀에 들어가면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설리의 땅콩을 뺏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둘의 대립이 이어집니다. 


영화 후반부에 라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내가 식량을 지배하고,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어야 공원 동물들이 내 말을 따른다.'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이죠, 공급을 통제해서 자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라쿤은 공원 동물들이 굶주림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단지 자신의 권력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설리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공원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도 설리의 말을 믿지 않죠, 라쿤은 설리가 거짓말쟁이라고 계속해서 말해왔으니깐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에서 사회생활 속에서 나타날법한 일들을 다루고자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몰입해서 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설리가 자신을 희생해서 라쿤을 처치하고, 공원 동물들에게 평화를 안겨주려고 했던 모습도 인상 깊었고요. 물론 현실에서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런 소재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한국 애니메이션이 단지 유치하다, 수준 낮다 이렇게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를 증명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아참, 합작 애니메이션이죠.)


3.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은, 진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전에 다뤘던 [레드 슈즈]와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성형수], 이 두 작품을 살펴보면 적절한 진지함이 이야기의 깊이감을 더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드 슈즈의 경우에는 외모 지상주의를 뚱뚱한 공주에서 날씬한 공주로 변한 주인공 레드 슈즈라는 인물을 통해서 비판하고 있죠. 그리고 성형수에서도, 외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성형수로 인해 사람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고요. 애니메이션에 이렇게 진지한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하면, 몰입도와 동시에 캐릭터 구성 자체에도 깊이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깊이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이 상업성과 결코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정말 감명 깊게 본 [인사이드 아웃]은 2억 4500만 달러를 투자해 약 8억 2천만의 흥행을 거뒀습니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메시지를 다루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치유되는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돈도 어마어마하게 번 것이죠. 상업성과 감동은 양립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또한, 인기를 위해서 싸이를 사용하는 등에 수를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에,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표현해낼 것인가 (연출 비용과 시간은 늘 모자라니깐요)를 고민하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작품 결과물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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