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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로소 연 Feb 03. 2023

물만 먹고 가지요

K고딩의 입학준비

신세계는 이렇게 또 열린다.

우연한 만남으로 인연이 되고, 정보를 얻을 기회가 왔다.





우리는 수학학원 간담회에서 만났다.


설명회도 아니고 간담회는 또 뭐지?

M수학학원은 같은 고등학교에 지원한 학생들만 모아서 중3 졸업고사 이후부터 바로 고1과정 수업을 해왔다. 3개월쯤 지나서 실력이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고등 내신준비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이야기하는, 수업받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다.



나는 중3 때 다니던 수학학원에서 고등 내신을 위해 학원을 한차례 옮겼으나 맘에 들지 않았다. 다시 학원을 찾던 중에 상담전화를 받으신 실장님의 추천으로 간담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엄마는 나까지 4명이다.

적은 인원이라 질문도 상담도 여유 있게 할 수 있다.

나는 끝까지 남아서 상담실장과 오래 이야기를 하고 나왔는데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간담회 참석 엄마들과 차를 한잔 마시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앞으로 고등학교 가서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많은 터에 서로 고민 나누고 정보도 살짝 흘려주고 한다.

공부를 하려면 체력도 좋아야 한다.

그래서 영양제 오쏘뮬 먹였는데 밥만 더 많이 먹고 공부는 안 하더라.

영어 학원은 내신대비반 다니는데 숙제가 너무 많더라.

국어 학원은 아직 못 정했는데 어디 학원 알아봤느냐.

등등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새로운 정보를 하나 건졌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김과외 사이트에서 학교선배를 찾아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고.

 

S에게는 주변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선배 하나 아는 사람이 없어 아쉬워하고만 있었다.

없다고 아쉬워만 하고 있던 내가 너무 어리숙해 보였다.

그래, 없으면 찾으면 되고 구하면 되는 것이다.

열심히 과외 사이트를 검색하고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해 스카이에 입학한 선배를 찾았다.

여러 명 문의하여 원하는 수업을 해줄 수 있다는 사람을.




간담회 엄마들과 좀 더 친해져 보려는 요량과 수강료를 얼마 정도 줘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전화통화를 했다. 수강료를 같이 나눠 내고 같이 듣자고 한다.


그럼 나머지 두 명은 어쩌지?

둘만 따로 했다는 걸 나중에 알면 관계가 이상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4명 다 연락해서 같이 수업 듣자고 했다. 같이 차 마시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니까.

그렇게 얼떨결에 내가 주최가 되어 과외선생님과 연락을 하고,

4명이 함께 듣는 수업이니 수강료 조율을 하고,

시간을 정하고, 2시간 동안 어떤 내용으로 구성해 강의해 줄지,

질문 내용을 미리 받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 질문 리스트 ]

- 국영수사과 공부 비율은?

- 내신 대비 공부법은?

- 샘은 입학 전에 선행 어디까지 했어요?

- 학원 몇 학년까지 다녔어요?

- 과목별 수행평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 수행평가 어떤 과목이 제일 어려워요?

- 무서운 선생님 또는 수행 어렵게 내주는 샘 계시나요?

-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생활기록부) 잘 채우는 팁 있나요?

- 제2외국어는 어느 과목이 선택하는 게 좋아요?

- 문과 계열, 이과 계열 진학 시 어떤 동아리 들어가면 도움이 될까요?

- 온라인 수업은 어땠나요?

 



이 정도 하면 이미 친해진 그룹에 나중 합류해서 정보를 공유할 대가는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S가 수학학원에 다녀와 대성통곡하며 학원 안 가고 싶다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업을 못 따라가 나오는 입장에서 엄마들과 연락을 지속하기에는

우리의 친분은 부족했고 내 자존심은 허락하지 않았다.

인연은 여기까지!

내 수고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어릴 적 배운 동요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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