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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로소 연 Mar 15. 2024

공부 잘하는 조건은

K-고딩의 공부 이야기

공부를 잘하려면 필요조건이 몇 가지일까? 

공부에 대한 욕심, 동기부여, 근성, 끈기, 멘털관리, 자신감 등 내부적 요인과 

원만한 교우관계, 평안한 가정, 긍정적인 경쟁자, 좋은 선생님 등 환경적 요인도 필요하며 

타고난 능력인지, 훈련인지 모를 집중력, 좋은 머리, 재능 그리고 적절한 수면시간과 체력까지 수많은 조건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많은 조건들 가운데 어떤 한두 개만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갔을 때 소인들이 거대한 걸리버를 들어 올리기 위해 수많은 소인이 여러 장치를 하여 걸리버를 번쩍 들어 올렸듯이 말이다. 

수많은 조건들이 모여져서 시너지를 만들어야 위로 쑥 올라갈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 현대지성 클래식 출판사 책표지


하지만, 망할 조건은 단 하나다. 


유명 공부컨설팅 샘의 이야기에 의하면, 어릴 적부터 공부하란 소리를 한 번도 안 해봤던 알아서 잘하는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밤늦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안쓰러웠던 엄마가 위로의 말로 '남들처럼 게임도 잠깐씩 하고 머리 좀 식히며 공부해'라고 했다가 그만 공부의 끈이 끊어졌다고 한다.  엄마말대로 잠깐 머리 식히려고 호기심에 롤게임을 시작했는데 게임의 재미에 푹 빠져 공부는 뒷전이 되어 폭망 했다는 썰이 있다. 


그래서 말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한다. 무섭다. 




경기도에는 시마다 고등학교가 평준화인 곳이 있고, 비평준인 곳이 있다.  

평준화 지역의 일반 고등학교는 9시 등교이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아침잠을 좀 더 자고 등교하라는 배려이다. 

하지만, 수능시험은 입실 완료 시간이 8시 10분인데 학교는 9시 등교라니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등교시간이 아닌가 싶다. 

반면, 비평준 지역의 일반고 - 중학교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 기숙학교는,

기숙학교의 장점을 살려 아침 7시에 일과를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자습을 하거나 부족한 과목은 보충수업을 들을 수도 있도록 일과가 짜였다. 

매일매일 순 공부 시간이 1~2시간만 차이가 나더라도 1년을 계산하면 엄청난 차이일 것이다. 

예를 들어 두 학교 학생이 똑같이 주 5일 하교 후 매일 7시간을 공부한다고 치자. 

기숙학교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오전에 1시간씩 더 공부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주일이면 하루가 더 생기는 셈이다. 1년이면 52일, 3년이면 약 5개월이 더 생기는 셈이다. 

기숙학교 학생들 중에는 고3이 되면 생활 리듬이 깨질까 봐 주말에 집에 나오는 것도 꺼린다고 한다. 

그렇게 쌓인 공부량은 절대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S가 다니는 대치동 옆동네 학교도 일반고이다. 

고1에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도 거의 없고 수업 분위기도 좋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은 눈에 총기와 반짝임을 장착하고 필기도 꼼꼼히 하고 질문 또한 정겹고 즐겁게 한다.  

(물론 2학년이 되고부터는 분위기가 안타깝게 달라졌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하는 것은 맹자의 어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지 않았던가. 

맹자 어머니의 가르침대로라면 일단 이사는 잘 온 것 같다. 

사립의 미션스쿨에다가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으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버거워하는 S에게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렇게 외적 조건이 채워진 후에는 엄마의 영역 밖인 내적 조건들이 남아있다. 

욕심, 동기부여, 자신감, 멘털관리...

이런 조건들은 외부요인과 별개로 따로 채워지기 어렵다. 

옷감을 만들 듯 씨실과 날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차곡차곡 함께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은 고민 상담할 어른이 되어주시고, 그런 선생님의 동기부여 조언은 뼈에 새겨진다. 

친한 친구는 좋은 경쟁자가 되어주고, 지칠 때 서로 위로가 되어 주는 것. 

아주 이상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관계, 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내적 동기부여와 멘털관리, 자신감과 용기 등등 상상만 해도 유토피아다. 

이런 것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조건이 아닌가 말이다. 



S는 감사하게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시고, 시험 끝나는 날 같이 밥 먹고 영화볼 친구도 한 명은 있다. 

상상처럼 아주 이상적인 조건들로 채워진 건 아니지만 비슷하게 맞춰가고 있다. 

이제 여기에 건강만 챙기면 아주 많이 감사할 것 같다. 

영양과 운동이 적절히 채워져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다.  


운동대신 영양제로 채우기엔 역부족인지 2월 마지막주부터 아침에 일어나 10분 유산소 운동을 유튜브 보며 하고 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시킨 게 아니라 스스로 시작한 것에 방점을 찍는다. 

10분 유산소 운동이 끝나면 아파트단지 뒤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참 예쁘다.

일찍 일어나니 운동해서 좋고 아침도 먹고 갈 수 있어 좋고, 멋진 풍경까지 감상하게 되는 건 덤이다.  


해 뜰 녘 거실에서 본 풍경 : 사진으로 담기에 역부족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남은 1년을 잘 보내면 좋겠다. 

그런데 벌써 병원 가느라 학교를 결석했다. 

2주 넘게 낫지 않는 부비동염 치료에 갑상선 피검사로 병원 두 군데를 다녀오니 오후가 되었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부디 올 한 해 입시가 끝날 때까지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처럼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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