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딩의 학교생활: 수행평가는 수행 그리고 고행
밤을 거의 새우고 학교에 갔다.
다행히 수업 중에는 졸지 않았고 자습하거나 책 읽으라면 졸렸다고 한다.
(책을 읽고 하는 수행평가가 많아서 수업시간에 책 읽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나름 잘 버텼구나.
하지만 야간 자율학습은 끝까지 못하고 7시쯤 집으로 왔다.
세수만 하고 일단 잠부터 자야겠다.
S: 몇 시에 일어날까? 수행평가 또 해야 하는데…
엄마: 2시간 뒤에 깨워줄까? 아니면 새벽에 아주 일찍 일어나서 할래? 3시나 4시쯤 일어나서 하는 건 어때?
S: 새벽에 일어나서 하다가 다 못하면 어떡해…
그렇게 잠들었는데 9시에도 10시 반에도 못 일어난다.
그럼 그냥 나도 지금 자고 새벽에 일찍 깨워야겠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수행평가 준비를 또 한다.
한문 수행평가도 역시 책 읽고 독후감 쓰기인데 글 안에 사자성어를 2개 이상 넣어야 한다.
수행평가 책으로 오래 고민해 구입한 책은 다 읽지도 못했다. 지금 마저 읽자니 시간이 부족하다.
고민을 하다 결국 중학교 때 읽고, 책 소개 형식으로 써두었던 걸 찾아냈다. 조금 수정하고 사자성어를 적당히 넣으면 시간 안에 끝낼 것 같다.
이렇게 돌려 막기가 가능하니 다행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중학교 때 책 읽고 독후감이라도 많이 써둘걸.
수행평가 준비가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났다.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기니 눌러두었던 마음이 삐죽이 올라온다.
아침으로 만들어준 샌드위치가 너무 커서 배가 불러 졸리다고 한다.
영어 단어 외우다가 짜증을 내며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한다.
학교 가기 너무 싫다고 한다.
너무 졸리다며 운다.
…… ……
외동이라 그런지 집에서 있는 것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가는 걸 너무 좋아했다. 어릴 적 말 안들을 때 겁주는 말로 유치원 못 가게 하는 것이 벌이었는데, 학교 가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재밌었는데 이제는 너무 졸려서 학교 가기 싫단다.
“8시 10분까지 등교니까 20~30분 더 잘 수 있어. 얼른 방에 가서 좀 자. 엄마가 깨워줄게”
그렇게 쪽잠을 자고 또 학교로 간다.
아직도 남아 있는 수행평가는
영어단어 시험 (5점 만점 짜리 수행평가)
영어 책 읽고 독후감 (10점), 주제발표 (10점)
서평 쓰기 (수업시간에 쓰는 수행평가인데 미리 분량에 맞게 써보고 외워서 간다. 이 꼼꼼한 준비는 S만 특별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한다.)
통합사회 과목은 내가 선정한 주제 관련 신문 읽고 보고서 3회 제출 (회당 5점)
그리고,
내신등급에 포함되는 수행평가 외에
학생부에 기록되어 수시전형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 믿는,
동아리 활동과 교내활동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활동들도 책 읽고 활동을 한 후에 보고서 쓰는 것이라 미리 책도 읽어두고 기사도 찾아보며 준비해야 한다.
동아리 활동과 교내 활동으로는
선생님과 함께 소그룹을 만들어 정한 책을 깊이 있게 읽고 토론하는 독서 멘토링,
매일 아침독서 15분씩 하고 같은 책 읽은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아침 책 산책,
근현대사 답사 프로젝트, 시낭송 등 활동 내용만 보면 즐거울 것들이다.
그러나 기말고사 준비기간이 다시 다가오면서
점수로 평가되는 수행평가는 그냥 시험의 연속이고
동아리 활동은 시험공부 시간을 뺏어가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 모든 걸 다 감당하기에는 벅차고 부담이 될 수밖에.
점수로 등수로 평가받는 활동이 아니라 지식을 익히고 탐구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을까.
학교 친구들이 경쟁자가 아닌 순수한 친구이기만 하면 안 될까.
언제 맘 편히 좋아하는 책 읽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잠잘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늪에 빠진 고1에게는 앞이 잘 안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