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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로소 연 Dec 30. 2023

또다시 신세계

K-고딩의 윈터스쿨

가을 단풍이 들기도 전에 계절을 앞서 겨울을 준비하는 곳은 패션계뿐만 아니다.

입시만 보고 달려가는 학원도 계절을 앞서 준비해야 한다.



고1 겨울방학엔 미리 준비 못해 윈터스쿨 대기 127번으로 끝났다.

고2 겨울방학은, 예비고3 이기 때문에 절대 윈터스쿨 놓치지 않을 테야! 굳은 결심을 하고 수시로 학원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단풍이 한창일 때, 시간표도 안 나온 상태에서 선결제하고 윈터스쿨을 예약했다.

혹시 몰라 (동선과 강의를 고려해) A와 B 두 군데 신청했다.


A윈터스쿨은 단과 학원과 병행하여 운영되는데, 독서실을 이용하고 출결과 학습 관리를 받으려면 ‘윈터스쿨’을 선착순 신청하고 비용을 추가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을 낸다고 다 받아주지 않는다.

모의고사 성적이나 내신 성적표를 제출해야 접수가 된다. 제출한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고 반별로 독서실 자리를 배치한다. 또 반 별로 차등을 두고 정해놓은 최소시간에 해당되도록 강의를 필수로 신청해야 한다. 그래서 S는 최소 3과목을 신청해야 한다.


시간표가 나온 뒤,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수업시수를 맞추지 못하면 윈터스쿨을 취소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단과학원의 자습실에 선착순 신청하면 된다.

대치동의 대형 단과학원은 3과목 이상 등록하면 그 학원에서 운영하는 자습실을 신청할 수 있는 우선권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대인재의 부엉이 자습실과 두각학원의 퀀텀 자습실이 있다.)

대부분은 스터디카페보다 관리가 되고 급식도 먹을 수 있는 학원 자습실을 선택한다. 물론 자습실 비용과 급식비는 따로 내야 하지만 이 또한 선착순이기 때문에 신청기간에 맞춰 광클릭의 신공을 발휘하여 접수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하는 선생님의 강의를 한 학원으로 몰아서 신청하고 자습실까지 결제완료가 되어야 겨울방학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대치동 학원의 꽃은 고3’ 이라고 했던가.

메가스터디, 이투스, 대성 등 유명 인강(인터넷 강의)에서 강의력 좋다는 1타 강사님의 수업을 내가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니 실로 풍요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 또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바로, '선착순! 접수'


어느 학원에서 어떤 강사의 현강(현장 강의)이 열리는지 알아두고 언제 접수가 시작되는지 문자 예약을 해놓고 접수 시작 시간에 맞춰 빛의 속도로 클릭하여 접수해야 한다.

여러 학원이 동시에 시간표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맘에 드는 선생님의 수업은 가능한 범위에서 여러 군데 신청을 고려해야 한다.

한 과목에 한 선생님의 수업만 신청하려면 강의가 열리는 학원마다 요일을 달리 신청하고, 그렇지 않다면 유명하다는 선생님 2-3명을 선택해서 신청해야 한다.  만약 신청에 실패하면 대기로 신청해 둬야 한다.  

접수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시간표를 보면서 수업 시간이 겹치지 않게 테트리스 게임이 시작된다.

대기를 걸어둔 수업에 대기가 풀려 접수가 될 경우도 고려해 1안, 2안, 3안 정도는 짜 놓는 치밀함을 발휘해야 고수다.

 

이렇게 계획을 하고 접수를 시작할 때 염두에 둬야 할 팁이 있다.

접수 완료는 카드 결제까지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카드 한도가 넘어 결제가 안 되는 불상사를 맞지 않도록 카드 한도를 확인해 둬야 한다.  

아니면, 결제를 하나의 카드에 몰지 말고 몇 개 카드로 나눠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슨 학원 결제를 하는데 한도초과를 할 정도인가 하겠지만,

과목별로 한 선생님만 결정해서 수업 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내 아이와 안 맞을 경우를 대비하여 과목당 2-3명의 선생님 수업을 신청하다 보면 자칫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대치동 학원의 장점 중 하나인, 환불이 칼같이 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제했다가 취소하는 건 일도 아니다.

광클릭에 운 좋게 성공하기도 하고 대기 걸어둔 것만도 여러 개 이기도 한 상태에서 시간표 짜기는 정말이지 테트리스 게임 7단계는 넘는 것 같다.




접수가 시작되면서 유명 강사의 설명회도 열렸다.

유명 강사의 설명회는 뭐가 다를까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연예인 만나는 기분으로 갔는데 설명회에서 감동받기는 처음이다.

“고3이 되고 3월이 되면 학생들이 그래요. 제 몸에 정시피가 흐른다며 정시를 외치죠. (수시 전형은 안될 것 같은 것을 깨닫고 수능 성적으로 가는 정시에 지원하겠다는 도피인 셈이다) 그러다 6월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재수할 거라고 선언을 해요. 그 말은 ‘나 좀 잡아주세요’라는 메시지예요. 본인들이 너무 불안하고 힘든 거예요. 그럴 때 어머님들이 괜찮다. 잘해왔다. 위로하고 힘을 주세요. 우리 아이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어느 유명 강사의 말이다. 

입시는 한 팀이다. 아이와 엄마와 선생님이 함께 손잡고 가는 경기다.

아직 고3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런 말에 벌써 눈물이 핑 돌다니 입시 스트레스도 같이 지고 있나 보다. 

일단, 감동의 눈물을 삼키고 이 선생님의 수업은 픽스하고 시간표를 짠다.



설명회를 듣고 오면 시간표가 또 바뀐다. 내 아이의 성적대와 맞지 않는 수업이라서 또는 선생님 스타일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S는 차분한 선생님보다는 유쾌한 선생님을 좋아한다) 취소와 시간표 다시 짜기는 며칠 만에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대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자습실 신청도 3과목 접수한 것으로는 차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4과목은 신청해야 대기에라도 신청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예비 고2가 예비 고3 수업 신청을 하기도 했고, 자습실 신청을 많이 해서 상대적으로 고3의 자리가 적어진 것이다.

예비 고2 라면 그 유명한 황금돼지띠들 아닌가.

급격하게 출생인구가 늘어났던 2007년 황금돼지띠들이 고2가 되는 것이다.

S와 같은 2006년생 예비고3들에게도 그 여파가 있다니 잊고 있던 긴장감이 다시 확 몰려왔다.

S야 재수는 절대 안 되겠다. 한 번에 가자!



인강으로만 보던 선생님을 직접 만나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어 신나게 가는 S를 보니 알람 맞춰 신청한 보람이 느껴진다. 부디 현강에서 기대만큼 좋은 수업이길 바란다. 

이제 시작된 겨울방학, 후회 없이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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