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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로소 연 Apr 19. 2024

신세계는 계속된다

K-고딩의 학원생활

고목에 핀 벚꽃



겨울방학이 끝나고 진짜 고3의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학교수업이 모두 끝나면 오후 4시가 넘는다. 

이른 저녁을 먹고 오후 6시에 시작하는 국어, 수학, 영어 학원에 스케줄대로 간다. 

겨울방학에 시작된 대형학원의 수능수업 시즌1은 4월 초까지이다. 

중간고사가 4월 말에 시작되니 그전에 3주는 중간고사 공부하라고 휴강하는 것이다.

재수생과 다르게 현역 고3은 내신기간도 잘 보내야 한다. 

수능파이터던 아니던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또 격차게 날테다. 



겨울방학 동안은 윈터캠프를 운영하는 대형학원에서 여러 과목을 수강하면 자습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추가비용을 내더라도 공부할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스터디카페보다는 대형학원의 자습실을 선호했다.

개학 이후에도 최소 수강과목을 채우면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소 수강과목으로 보통은 3과목을 신청하게 되는데 3과목이 안될 때는 편법을 쓴다. 

탐구과목이나 한국사를 수강등록하고 결석하는 것이다. 

굳이 수강등록하고 결석하면서까지 거길 가냐 하겠지만, 

관리형 독서실 비용을 생각하면 한 과목 더 수강하고 자습실비 내는 게 더 싸기도 하고, 

방학 동안 다니던 자습실을 옮기지 않아도 되고 학원 동선을 고려해도 낫다. 

이런 편법을 학원에서 모를 리 없다. 

S가 다니는 탐구과목 선생님은 수강등록은 하고 한 번도 등원하지 않은 학생들을 축출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습실에서 퇴원시킨다고. 

학원 입장과 강사 입장이 같지 않을 수 있겠다는 지점이다. 






"어떡해... 우리 00이 생명과학 수업 퇴출이래. 시험기간이라 기숙사에서 못 나와서 두 번 결석했더니 퇴출이라고 연락 왔어. 아무리 사정해도 소용없대. 다른 학원은 결석하면 영상자료도 주고 그러는데 여기는 자료도 안 주고 그냥 퇴출이래. 기숙사에서 못 나온다고 사정해도 소용없어."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의 얘기다. 


이 유명한 생명과학 수업은 수강 신청할 때도 광클릭해서 겨우 대기번호 받고 맘 졸이다가 영상반으로 등록했다. 영상반은 현장에 가서 실시간으로 다른 교실에서 수업하는 선생님 모습을 대형스크린으로 보며 수업을 받는 것이다. 

이것도 2번 결석하면 자동 퇴출이라는 말이다. 학원 입장에서는 대기자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숙사에 있는 학생은 매주 나오기 어려워 고민이 많다. 

엄마가 대신 출석을 해야 할지 포기를 해야 할지...






요즘 대세인 ㅅㄷ학원은 교재비가 강의비에 육박하기도 한다. 

수업을 신청하면 학원 교재 3종이 세트로 묶여 함께 결재를 해야 수강할 수 있다. 

물론 수강하는 그 선생님의 교재도 사고, ㅅㄷ학원 교재도 또 더해서 사야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보기에도 매주 나오는 교재들을 다 풀어 오기에 양이 많을 테니 학원 교재 3가지 중 2개는 선택 과제로 내준다. 그렇게 선택과제로 주어진 교재는 다 풀지 못하고 매주 쌓이겠지. 

재수생이야 하루종일 수능 공부만 하니까 다 할 수 있겠지만 

현역 고3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4시인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학원 교재를 선택적으로 구입가능한지 문의했지만 수업과 교재는 세트라서 부분 구입이 안된다고 한다.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지만 어디에 따질 데가 없다. 아니, 따지고 싸워 개선할 힘이 없다. 그냥 빨리 이 입시 바닥을 떠나는 게 최선이라 생각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따져 묻지 않아 그런가 작년의 불만이 올해로 이어진다.

따져 묻자니 내 자식이 그만큼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걸을 자백하는 기분이 들어 왠지 지는 느낌이다. 

결국 화살은 다시 내 자식에게 돌아와 한마디 한다. 

"이 교재값이 수강료만큼 되는 거야. 내신 휴강 기간에 다 풀어. 풀지도 않고 버리면 그게 돈지랄이다." 



고1, 고2 내신 공부할 때는 학원을 굳이 여러개 다니지 않아도 되어 학원비 부담이 적었다.  

그런데 고3이 되어 수능과목을 현장에서 수강하려니 수강료 외에 교재비도 만만치 않아 놀랐다. 

그 교재들을 다 푼다면 아깝지 않을 텐데 펼쳐보지도 않는 교재들, 종이도 고급지라 무겁고, 크기도 수능시험지 크기라 보관하기도, 버리기도 힘들다는 커뮤니티 글이 남일 같지 않다. 





S는 대형학원의 관리형 자습실에 등록을 못했다. 

스터디카페로 가야 하나 걱정되어 물어보니 학교에서 하면 된단다. 

S의 학교는 야간 자율학습 공간이 있어 미리 신청하면 밤 10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고3 전용 자율학습실은 따로 있는데 지정 좌석제로 운영한다. 

월~금까지 매일 사용 신청한 사람을 우선으로 자리배치를 해서 주 1-2일 사용으로는 지정석을 받지 못한다. 그러면 1, 2학년과 함께 쓰는 자율학습실에서 빈자리를 찾아 사용하면 된다. 

학기 초에 중간고사 기간까지 사용 신청을 받았는데 S는 평일에 학원 가는 날이 많아 신청을 했으나 지정석은 못 받았다. 

그래도 빈자리 찾아서 앉을 수 있어 괜찮고, 야구장이 가까워 응원 소음이 있어도 할만하다니 다행이다. 

중간고사 끝나고 다음번 야간 자율학습 신청할 때는 평일 수업을 주말로 옮기고 고3 전용 자율학습실에서 해보자. 

시간표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학원 시간표 테트리스는 입시가 끝나야 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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