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보고서, 중요한 것은 연수자의 활동과 생각이라는 기본.
이번 해외연수 보고서는 프랑스편이다.
유럽나라들은 '다른나라에 가 본다'라는 것이 우리의 인식과는 다를 것이다. 주변 다른 나라들과 자유롭게 통행하는 것이 유럽의 특징이니까. 그래서 아주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면 외국연수라는 것도 그닥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특히나 프랑스는 AEFE(프랑스 교육 해외 시스템)을 통해 프랑스식 교육을 해외로 '전파'하며, 이를 위해 해외로 파견된 교사의 보고서는 비공개로 수집되어 통계를 내므로 찾을 수 없었다. (AEFE 운영규칙상 비공개다)
'프랑스 교사가 다른 나라에 가서 활동을 한 보고서' 정도를 찾아보니 2016년 자료를 하나 건질 수 있었는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고, 심지어 재미있으므로 소개한다.
오늘은 국내 교원의 연수보고서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는 않겠다. 보고서의 성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마디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 교원의 해외연수 보고서와 지금 소개할 보고서를 독후감에 비유하자면
줄거리를 요약하고는 마지막에 '참 재미있었다'라고 쓰는게 한국의 보고서
감명깊은 부분에 대한 해석과 느낀 감정, 얻어낸 교훈과 통찰을 적어낸 것이 이번에 소개할 보고서
수준차이로 보면 초등 저학년과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생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궁금하지 않으신지?
시작하자.
ERASMUS+는 유럽연합이 운영하는 공식 국제교육 프로그램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프랑스 연수단이 이탈리아 학교를 찾아가서 현장 동반 관찰 연수(job shadowing)를 한 후에 보고하는 내용이다.
프랑스식 유머인가 본데, 공식 보고서지만 상사에게 보고한다기 보다는 동료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인 것도 신선하다.
하지만 내용은 아주 진지한데, 첫 페이지의 일부를 번역해보자.
> Nous nous sommes appuyées sur les problématiques du PDE développées par le consortium académique :
Lutter contre le déterminisme social.
Conforter le sentiment d’appartenance à la France et à l’Europe.
Favoriser les pratiques innovantes et la réflexion collective.
Encourager les démarches réflexives des personnels.
Avancer vers une nouvelle relation pédagogique centrée sur l’individualisation des parcours.
우리는 학군 연합의 학교발전계획(PDE)에서 제시된 다음의 과제를 중심으로 관찰했습니다.
사회적 결정론, 즉 가정 배경에 따른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국가적·유럽적 소속감을 강화하기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교수법을 촉진하기
교직원의 성찰적 실천(reflexive practice)을 장려하기
학습자 중심의 개별화 학습체계를 구축하기
첫 장부터 내용이 쏟아져 나오는 보고서이므로(글씨도 매우 작다) 내용은 고작 10페이지지만, 번역으로는 수십장 분량이었다.
보고서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주요한 몇 가지만 번역 혹은 요약해 드리겠다. (클릭해서 원본을 보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제 요약을 해보자.
연수의 주요 목적
1. 사회적 결정론(계층에 따른 교육격차) 완화
2. 학생의 국가·유럽 정체성 강화
3. 교사의 혁신적 교수법 개발 및 공유 촉진
4. 교사 개인의 성찰적 실천 역량 강화
5. 학습자 개별화 교육(individualisation des parcours) 구현
관찰 내용 요약
1️⃣ 수업 운영과 학사 구조
2️⃣ 장애학생 포용교육
3️⃣ “Istituto Comprensivo” 모델
4️⃣ 지역 네트워크와 민간 협력
5️⃣ 교사 협력문화와 평가
6️⃣ 통합 프로젝트 교육
교사 개인의 성찰과 제안
제안 분야 구체적 계획
포용교육 확산 동료 교사 대상 ‘2005년 장애포용법’ 연수 제안, ULIS(특수통합학급) 강화
eTwinning 국제교류 ‘요리를 통한 프랑스어 배우기’ 프로젝트 운영, 온라인 학습공동체 구축
교사 공동연수 추진 동료들과 장애·난독(DYS) 관련 공동연수 개설 제안
초·중 연계 강화 ‘역사로 나를 쓰기’ 워크숍, 예술·시민교육 공동프로젝트 제안
디지털 도구 활용 장애학생용 맞춤형 전자교재·태블릿 실험 제안
협업 문화 확산 교사협력 회의·시식행사 등 연수 공유행사로 확산
일본의 연수보고서가 그야말로 체계적이고 충실했다면, 프랑스 교사의 보고서는 자신이 관찰하고 겪음으로써 느낀 것들과 나름의 판단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달까.
일본의 보고서가 '빠짐없이' 빽빽하다면 프랑스의 보고서는 '잘 설명하려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우리나라는?
풋.
여러분의 생각도 알고 싶다. 우리 교사들의 수준이 이래도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