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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Feb 10. 2023

INFJ를 잠 못들게 하는 칭찬 1위

칭찬을 들은 날의 INFJ는 아주 바빠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INFJ는 특히나 칭찬에 약해요. 생각 없이, 지나가듯 툭 던진 칭찬에 잠 못 드는 일은 너무 당연한 일상이고요. 평소에 잘 듣지 못했던 칭찬을 들은 날에는 더 그래요. 나만 알고 있는 내 장점을 콕 짚어 칭찬하는 사람에게는 감춰둔 내 모습을 모두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호감도가 상승하죠.


또, 그런 칭찬을 들은 날의 INFJ는 아주 바빠요.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날엔 지금까지 썼던 글을 모조리 꺼내 읽어야 하거든요. 어떤 부분에서 잘 쓴다고 느꼈을지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내 글을 음미하며 읽죠. 글을 쓸 때마다 이게 과연 잘 쓴 글인지 백번 천번 의심하던 INFJ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비로소 확신해요. ‘역시 난 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었어!’


옷 입는 센스가 좋다는 칭찬을 들은 INFJ는 앞으로 옷 입을 때마다 10배는 더 신경 써야 해요. 어제와 같은 옷을 입으려다가도 세상 사람들이 나를 진부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여길까 고민에 빠져요. 잠들기 전 상의와 하의는 물론 양말과 벨트까지 정해놓아야 마음이 편해요. 아, 양말의 뒤꿈치가 해지지 않았는지도 확인하고요.




무엇보다 INFJ를 잠 못 들게 하는 칭찬은 ‘재미있다’는 칭찬이 아닐까 생각해요. 남들 앞에서 쉽게 본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 탓에 농담은 고사하고 내 의견 하나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사람이거든요. 그에 비해 ‘드립 욕심’이 매우 많은 편이라 문제인 거죠.


INFJ가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기까지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해요. 특히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던질 수 있는 농담의 수위를 조절해요. 농담을 던질 때 이 말이 상대의 기분을 불쾌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세 번 이상 가동하죠. 안타깝게도 모든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입을 열었을 땐 이미 주제가 바뀌고 난 뒤라 속으로 삼키기 일쑤예요. 한 시간 동안 속으로 삼킨 드립이 몇 개나 될지 어림잡기도 힘드네요. 하지만 INFJ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웃길 기회를 노리죠.


그러니 INFJ에게 ‘너 진짜 재미있다’, '너 진짜 웃긴다'는 말은 춤을 추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앞구르기까지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칭찬이에요. 웃음이 터진 친구들의 표정과 소란한 분위기, 애써 뿌듯한 표정을 감추는 내 모습은 그날의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게 되죠. 집에 돌아가 세수를 하다가도, 자기 전에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 말이에요. 




처음 만난 INFJ에게 너도 말 좀 하라고 보채지 마세요. 당신의 웃음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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