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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Nov 19. 2022

외향인을 떠받드는 사회에서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내향인 인생 가이드북 <콰이어트>

우리 문화는 오직 외향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만을 덕목으로 여겼다. 우리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중심으로 향하는 모험을 만류했다. 그래서 중심을 잃어버렸고 이제 다시 찾아야 한다. - 이나이스 닌


뼛속까지 내향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도 내향성의 본질을 높이 평가하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콰이어트>는 내향성을 위대한 기질로 평가하되 무조건 찬양하지 않으며, '너답게 살아'라는 식으로 허무맹랑한 결론을 짓지도 않는다. 저자가 내향성으로 인해 겪은 부당함을 바탕으로 모든 내향인에게 진실한 위로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전한다.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내향성은 이류로 여겨지고 있는 성격 특성으로, 실망스러운 일 아니면 병적인 것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외향성 이상'을 떠받드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내향적인 사람은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특성 때문에 무시당한다. 외향성이 대단히 매력적인 성격 유형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동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억압적인 기준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 수전 케인, 2012, 『콰이어트』, RHK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학급의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손들고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때로는 앞에 나가서 자신 있게 발표하는 것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이렇게 행동하는 학생에게는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고, '모범생'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기도 했다. 수년간 철저하게 외향인으로 학습을 받으며 자란 어른들은 여전히 자신의 아이를, 부하직원을 '외향성 이상'에 맞게 지도하고 있다.


<콰이어트>는 이 글의 제목으로 정했듯 내향인을 위한 인생 가이드북이기도 하지만, 내향인 가족, 친구, 직원을 둔 외향인에게도 아주 좋은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교사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나에 대해, 내향성과 내향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그로 인해 종종 발생하는 마찰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공감되는 내용도 많지만 위로가 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내용도 많았다.


적어도 <콰이어트>는 이해하고 지지하고 응원한다. 온종일 외출을 한 다음 날 적어도 반나절은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충전이 되는 것을, 말보다 글로 나의 의견을 정리해서 전달하기를 선호하는 것을, 낯선 사람들과 만남을 갖기보다 소수의 친한 사람들과 조용히 한잔 기울이기를 선호하는 것을,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는 것을.



만족스러운 삶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내향성-외향성 수준은 원만함과도, 친근함을 즐기는 정도와도 연관이 없다. 내향적인 아이도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수전 케인, 2012, 『콰이어트』, RHK


- 학급에서, 직장에서 모든 이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려야만 만족스러운 삶인가?

- 리더가 되어야만 만족스러운 삶인가?

- 무리에서 대화를 이끌고 박수를 받아야만 만족스러운 삶인가?


<콰이어트>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껴왔던 편견과 착각을 조용히, 계속해서 다시 생각하게끔 질문을 던진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모인 무리에서 먼저 입을 열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관찰한다.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상황에서 최대한 몸을 사린다. 간혹 이런 내향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보라는 경우가 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정의 내리기도 한다.


대화의 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들어주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정보 수집이 끝난 내향인과 코드가 맞는다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난 내향인을 '그 사람은 말도 없고 재미도 없어'라고 평가한다면 안타깝게도 코드가 안 맞았을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향인도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라고 언제 어디서나 내향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에 100% 내향적인 사람 없고, 100% 외향적인 사람 없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가면을 쓰기도 하고, 자신도 미처 몰랐던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 역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할 때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때나,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또 정말 마음이 맞는 소수의 사람과 모임을 가질 때도 외향인이 된다. 아주 아주 가까운 사람과 있을 때는 시끄럽다는 얘기도 듣는다.


두 성격의 사람이 만나는 일은 마치 두 가지 화학물질이 접촉하는 것과 같다. 반응이 일어난다면, 양쪽이 다 바뀐다. - 칼 융

내향인도 외향인을 만나 반응이 일어난다면, 외향인처럼 굴 수 있다. 반대로 외향인도 내향인을 만나 반응이 일어난다면, 내면 깊이 감춰두었던 내향성이 발휘되어 진지하고 깊은 주제의 대화를 온종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각자 고유의 성향이 있고, 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라는 당연한 말은 많이 들어봤겠지만, 그래서 외향적 이상을 떠받드는 세상에서 내향인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준 적은 있었던가?



내향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라. 그러기 위해 공개 강연이나 인맥 쌓기 등 불편한 활동을 해야 한다면, 그래도 해라.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그 일을 마쳤을 때 자신에게 보상해주어라. / 수전 케인, 2012, 『콰이어트』, RHK


어찌 됐든 사회생활을 하려면 언제까지 '난 내성적이라 못 해'라는 핑계를 대며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다. 불편한 활동을 해야 한다면, 그래도 해야 한다. 다만, 나에게 그런 불편한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불편한 활동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불편한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면 보상을, 실패했다면 위로해주어야 한다.


나 역시 많은 불편한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갈고닦아 왔다. 대학에서도,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모임과 활동을 통해 부딪치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며 성장했다.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은 '불편한 활동'에 부딪쳐야 할 것이고, 그때마다 좌절을 맛보게 될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을 되새겨야겠다. '그래도 해라'



불편한 활동을 좀 더 쉽게 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되도록 '회복 환경'을 많이 만들어두는 일부터 해야 한다. '회복 환경'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가는 장소를 가리킨다. 직장에서 큰 회의가 잡혀 있으면 주말에 사람들 만나는 계획을 취소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요가나 명상을 한다거나, 직접 만나는 대신 이메일로 대화한다는 뜻도 된다. / 수전 케인, 2012, 『콰이어트』, RHK


회복 환경을 많이 만들어두어야 한다. 토요일 온종일 사람들과 어울려 놀았다면 일요일은 집에서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든가, 어색한 사람과의 식사 자리가 잡혔을 때 미리 대화 주제를 생각해놓는다든가, 회의 때 맨 구석 자리에 앉는다든가 하는 것들. 이 회복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에 따라 불편한 활동을 할 때, 불편한 활동으로 인해 좌절을 맛보게 될 때 충격이 덜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나의 회복 환경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타고난 장점을 활용하여 자신이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하라.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 작품을 만들고, 깊이 사랑하라. / 수전 케인, 2012, 『콰이어트』, RHK


요즘 통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없었는데 <콰이어트> 덕분에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자신감도 생겼고, 무엇보다 앞으로 내향인으로서 어떻게 외향적 이상을 좇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지 내 나름대로 해답을 내리기도 했다. 외향인에 비해 쉽게 바닥을 드러내는 나의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직도 내향성을 결핍이나 병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또 그런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있을 내향인에게 <콰이어트>를 조용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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