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May 08. 2023

사회화된 내향인이란,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약속을 잡는 것

사회화는 인간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언어, 지식, 행동 양식, 규범, 가치와 신념 등을 배우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출처: 두산백과)


'사회화된 내향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향인의 사회화'란, 내향적인 성격 탓에 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다양한 인간 관계를 거치면서 조금 수월해진 현상을 말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외향인이라면 '이걸 왜?'라고 의아해 할 일들이 내향인에게는 사회화를 거쳐야만 겨우 가능하다는 것.






사회화된 내향인이란,



1.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버스 기사님께 문 좀 열어달라고 소리칠 수 있는 것. (주변 승객만 듣고 기사님은 못 듣는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며 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려보는 것)


   

2. 식당에서 너무 근사한 식사를 했을 때, 나가는 길에 사장님께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라고 인사를 전하는 것. (사장님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그날이 그곳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되는 것)



3. 어색한 사이지만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쉴 때는 주로 뭐 하세요?’라고 먼저 묻는 것.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유지하다 눈에 경련이 나는 것)



4. 새 가방을 메고 온 (평소 뽐내는 걸 좋아하는) 동료에게 가방 새로 샀냐고 물어보는 것. (역시 궁금하지 않은 것)



5. 식당에서 잘못 나온 음식을 고민 끝에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먹을게요'라고 말하는 것)


   

6. 주말에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약속을 잡는 것. (단, 둘 중 하나는 내향인들과의 만남이어야 하는 것)



7. 별로인 아이디어를 별로라고 솔직하게 얘기해 주는 것. (더 좋은 아이디어를 당사자보다 더 열심히 고민하다 밤 지새우는 것)



8. 직장에서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시간 절약을 위해 이메일보다 전화기를 먼저 찾는 것. (수화기를 들기 전, 상대방에게 해야 할 말은 메모장에 미리 적어두는 것)



9. 전철을 기다리며 서있는데 앞 사람의 가방 문이 열린 걸 보고 ‘저.. 가방 문 열렸어요’라고 알려주는 것. ('일부러 열어둔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조용히 옆 줄로 이동하는 것)



10. 길을 찾기 어려울 때, 지도앱을 켜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는 것. (한 번에 못 알아들었을 때 되묻기 미안해서 알아들은 척하고 결국 지도앱을 켜는 것)



11. 우울할 때, 집에서 혼술을 하기보다 보고 싶은 친구들을 하나 둘 불러 모으는 것.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약속이 취소됐을 때, 내심 안도하며 마음 놓고 혼술을 즐기는 것)



12. 혼자 여행 중, 사진을 남기고 싶은 포토 스팟에서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결과물이 참담해도 마음에 든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하는 것)



13. 사회화된 내 모습을 보며 외향인이 다 됐다고 착각하는 것. (전혀 아닌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