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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Apr 01. 2024

[복싱 한달 째]-줄넘기?삶넘기!

들뢰즈의 [차이의 반복] 



귀신이 된다는 것. (brunch.co.kr)


한달 전, 

'귀신이 된다는 것'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그것도 영화 파묘까지 들먹이면서 

했던 얘기가 결국 


'복싱'체육관에 다니게 되었다는 의미 한문장으로 정리된다.


물론 더 나름 심오한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글을 쓰기도 했으나 


여튼!! 

드디어 한달을 버텨내는데 성공했다. 

사실 정확하게는 4주를 딱 채웠다. 

3월5일에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해서 

현재 4월1일까지 4주의 기간이 지났고, 

첫주는 일주일에 2회밖에 안했으나 

둘째주부터는 일주일 5회치로 새로 등록하여 

다시 3주를 한번도 안빠지고 체육관에 나갔다. 

무엇보다 줄넘기를 하루도 쉬지 않았다. 

체육관이 주말에는 열지 않기에 토요일, 일요일은 집 바로 윗층이 옥상이라서 

옥상에서라도, 아니면 집근처 양화진 공원에서라도 줄넘기를 거르지 않았다. 


나 스스로 

감격중이다. 

몇년 만에 다니는 체육관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나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매일을 보낸다는 것은 

또 몇년만인가 싶을때 스스로를 칭찬하게 된다. 


지난 글에서 

나는 체육관 첫날 줄넘기 3분조차, 아니 1분조차 버티지 못해서 체력의 한계를 느껴야 했고,

3분씩 총 3회, 9분의 줄넘기 첫 도전은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 

바로 체육관을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은 그냥 운동안하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살면 어떠냐는 자기 정당화를 한가득하면서 

겨우 버텼던 첫날이었다. 


사실상 나는 나인데, 나는 내가 아니었다

분명 나는 조종일이고,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했었는데

줄넘기 한번에 

나는 적어도 내 육체를 내 맘대로 쓰지 못한다는 어쩌면 자명한 사실을 심오하게 깨달았다. 

물론 누구나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생각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하지만 40초반의 나이에 

이 정도로 몸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그동안에는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으나

줄넘기 한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사실상 나의 정신과 육체는 완전히 분리될 지경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귀신이 별것인가??? 육체를 벗어난 정신이 귀신이 아니던가.

나는 사실상 먹고 싸기만 하는 몸뚱이를 데리고 다니는 

귀신 직전의 불쌍한 영혼이 아니었던가. 


뭐 이런 깨달음이 지난 번의 글을 쓰게 만들었었다.


이제 한달을 버텼는데 

소감 한마디하자면,

이왕 거창하게 한다면

나는 줄넘기를 넘으면서 

내 삶을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체력이 좋아지긴 했다. 

이제는 3분 동안 한번도 걸리지 않고 줄넘기를 해내고는 한다. (보통 3분에 350회에서 400회 정도가 된다.)

물론 아직까지 3분씩 3회를 한번도 안걸리고 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이제는 줄넘기가 넘을만 하다. (그렇다. 그렇게 내 인생도 넘을만 하지 않을까)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매일 한번도 안쉬고 줄넘기를 하지만

처음 3분이 가장 힘들다. 3번째 3분이 힘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일상을 편히 살다가 운동을 시작하는 그 3분이 정말 힘들다.

첫 3분은 내 뒷 허벅지 윗쪽과 엉덩이 사이라고 해야하나? 그 부분의 근육의 피로가 말도 못하고, 매우 고통스럽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번째 3분이 시작되면 첫 3분의 통증은 거의 사라지고, 다른 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종아리나 발목??? 여튼 3번째에는 분명 힘든데 뭔가 거뜬해진다.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돌리고 넘기만 하는 줄넘기에도 매 순간이 다르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들뢰즈의 '차이의 반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심지어 내 체력이 떨어지는 만큼 나는 좀 더 힘을 내어 점프하려고 신경쓰지 않으면 바로 줄에 걸려버린다. 

손목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줄이 돌아가는 반경이 묘하게 바뀌고, 손의 위치를 몸 옆으로 둘지, 앞으로 둘지에 따라서 또 변한다. 

이제는 요령도 생겨서 권투선수들이 줄넘기 하듯이 

두발뛰기로 종아리와 발목, (아! 그리고 아치의 압력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깜박했다.) 

여튼 이 부분이 버티기 힘들 때는 한발씩 번갈아가며 줄넘기를 하기도 한다. 

다 똑같아보이는 그 단순한 동작에도 다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 

그건 단순 반복이 아니라, 모두가 다 다른 차이가 반복되는 현상이 아니겠는가. 

그걸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까.


체육관에 가는 그 순간, 집에서 나가기 직전이 또 가장 위기라면 위기지만

운동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오는 순간! 또 그 순간만큼 스스로 자랑스러울 때가 없으며, 자신감이 넘칠 때가 없다. 땀을 흠뻑 흘리고, 주먹을 무겁게 뻗으면서도 버텨온 자신이 기특하여 

집에 오는 발걸음은 어느때보다 가벼우면서, 한번씩 원투 스텝을 밟아보기도 한다.  

분명 매일 매일 가는 체육관이고, 매일매일 돌리는 줄넘기인데 

그 모든 순간은 단순한 루틴으로만 규정하기에는 

그렇게 단조롭지 않은 구체성, 특이성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줄넘기만 하는 것이 권투는 아니기에 

진도도 조금씩 나가는 재미가 있다. 

권투 자세를 배우고,

원 펀치(이렇게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른다) 를 배우고

원투 펀치를 배우고,

이제는 원투쓰리,

오늘은 원투쓰리포 까지 펀치를 반복한다. 

아마도 이번 주중에 훅을 배우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권투선수들이 손에 감는 권투붕대도 감고(핸드랩이라고 한다)

글러브도 껴보고

샌드백을 친다. 

하염없이 몸은 여전히 무겁고

펀치는 가벼워 

매우 비효율적인 펀치를 휘두르고 있으나

그래도 땀이 나고,

자세가 고쳐지고 

계속 압력을 받는 아치의 고통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그 모든 것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생을 함부로 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난 권투를 통해 인생의 또다른 면모를 본다.

삶을 넘어가는 그 고통을 

줄을 넘어가는 매일매일의 고통과 극복 속에서 

내 삶의 고통을 넘어가는 것이 단순히 고통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 역시 삶을 넘어가면서 고통받으면서도 그것을 또 극복하는 경험과 어떤 힘을 배우고 있는 것이리라.


무엇보다 육체에 정신이 완전히 분리될 만한 위기에서 드디어 살아났다는 점!!

이제는 내 육체가 정신의 명령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아니 육체의 움직임에 게을렀던 정신이 따라가기 시작한다.

정신이 먼저인지

육체가 먼저인지

알게 뭐냐. 

그냥 하나로, 원상태로 돌리는게 중요하지. 


아! 그래서 몇 킬로 감량했냐고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2주차때 사실 궁금해서 체중계에 올라가보니 고장인가 싶을 정도로 몸무게가 오히려 불어나 있더라(최근 몇개월 간 몸무게 안재고, 그냥 나는 80킬로라고 정해두고 살았는데 그 사이 엄청 더 불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눈에 띄게 내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사실, 실제로 거울에 비친 내 몸이 변하고 있는 것이 보이기에 

숫자가 또 무슨 의미인가 싶어서 지금은 눈 체중으로만 체크하고 있다. 어차피 4,5킬로 감량이 중요한게 아니라, 눈에 띄게 좋아진 내 외양 자체가 중요하니까.(지금 좋다는 말이 아님. 목표를 의미 ㅋㅋㅋㅋ) 여튼 언젠가 내가 봐도, 아니 우리 가족들이 봐도 너무 변했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볼 작정이니,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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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내가 다니는 체육관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관장님이 센스있게 내 몸뚱이를 보고, 적절하게 운동량을 조절해주셨기에 버틸 수 있었다.

만약 엄격하게 한 셋트 더!! 뭐 이런 소리 나왔다면, 또 시키는대로 하기는 하는 내 성격에 그 순간에는 하겠으나, 결국 도망갔을 것이다. 

합정동에 사시는 분 중, 저처럼 정신과 몸이 이탈 중인 분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합정동 버닝복싱짐'


https://naver.me/5xlWHu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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