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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Jul 05. 2024

그래도 괜찮은 사람은 없어

 

회사에 가면 매일 아침마다 보게 되는 카페 사장님이 큰 병으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름 석자도 알지 못하고 그냥 내 나이 또래의 온화하면서도 차분한 인상을 줬던 40대 초반 남자의 죽음.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하지만 지인이라고 말하기에도 너무 모르는 사이. 그야말로 그의 단골손님 중 하나인 내가 그의 부고 소식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감정은 이상하다는 말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그 사장님의 사생활을 알게 됐다. 나는 오래된 연인으로 알고 있는 카페 직원이 알고 보면, 전 여자 친구의 절친으로, 그야말로 '잘못된 만남'의 현실판인 관계였다는. 사장님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준 불륜남으로 입방아에 오르기 딱 좋은 내용이건만 그가 죽고 난 지금 그런 가십은 그야말로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만도 못할 만큼 사소해졌다.

그를 한동안 원망했을 전 여자 친구의 마음은 지금 어떨까?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마지막 인사마저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그에게 나는 모진 말로 저주 문자를 보냈다.

'혹시라도 네가 불행해진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바야'

문자를 보내고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후회했고,

'먼저 보낸 문자는 홧김에 보낸 거야. 그냥 잘 지내' 라며

발송 취소를 할 수 없는 문자의 덧붙였다.

지질한 행동이었대도, 그때 내 분노는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 자꾸만 본질을 흐리려는 사소한 가십거리들이 거슬려서다.


유명 농구선수의 아들, 그의 전여자 친구의 폭로가 기사화되고 있다.

유산을 2번 했고, 결혼하려고 했으나 남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협박했다. 뭐 대충 그런 내용 같다. 사실은 알 수도 없고, 알 바도 아니다. 그런데 자꾸만 전여자 친구의 출신을 가지고 논지를 흐리려 한다. 업소녀였다, 마약을 했었다, 소위 말해 질이 안 좋은 사람과 친구다...

그게 유산 2번을 종용받았다는 여자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인가?

업소녀라면, 마약을 했다면, 질 안 좋은 사람과 친구라면

그런 대접을 받아도 괜찮은 것인가?


카페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무척 친절했고, 커피 맛도 좋았다. 하지만 그의 전 여자 친구에게 그는 절친마저 빼앗아간 나쁜 남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회복이 어려운 불치병에 걸려 죽은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여자 친구의 절친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다고 해서 그가 죽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그의 죽음은 죽음이고, 사랑은 사랑인 것처럼.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닌 이상,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마땅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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