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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정 Sep 30. 2022

한옥 마당을 개조한 독립 서점 <마당 책방>


독립서점 <마당 책방>





종로에 있는 독립서점 <마당 책방>에 갔다. 내가 쓴 <파도 시집선 008 여름>이 진열되어 있으며, 파도 시집선 시집들을 포함해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있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소하고 예쁜 공간이란 건 알았지만 직접 와보니 더욱 따뜻한 정취가 느껴졌다. 한옥 마당을 개조한 서점이라니. 도시에 이런 공간은 무척 특별하지 않은가. 나는 독립 출판물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오로지 사진으로만 구성된 사진집과 손바닥만 한 단편 소설집 시리즈, 이전에 갔던 책방무사 주인 ‘요조’ 작가님 책도 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 매거진 <mellow>에서는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은 고양이 + 앵무새 조합도 있었는데. 실제 새를 키우고 있는 나로선, 그 둘을 함께 키우고 있는 어떤 집사의 인터뷰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고양이가 앵무새를 공격하지 않고 잘 지낸다고- (오히려 앵무새가 양아치 짓을 한다고 해서 공감하며 웃었다.) ‘멜로우: mellow’는 긴장을 풀고, 삶 속의 단순하고 자연적인 즐거움을 조용히 즐기는 상태라는 의미인데 동물들은 그저 살아감으로써 이 긴 문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거다. 재밌는 매거진이다.


둘러보다 <나는 비둘기가 무섭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쓸데없이 진지하지 않아 재밌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서울예술 종합학교 문예학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독립 출판 책이었고, ‘작가 다섯 명의 트라우마와 흑역사를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는 글을 보고 바로 사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중간중간 대화체가 너무나 웃긴 것도 한 몫했다. 어떤 책은 디자인이 특별했다. 어디로 펼쳐야 하지 싶은, 제목도 특이한 <코끼리 섬 초대장>. 뒷 면에는 실로 책을 잠글 수 있는 하도메와 귀도리가 있었는데 잠깐 둘러본 시들도 솔직하니 소장가치가 있을 것 같아 구매했다. 현 재고로는 내가 마지막 구매자였다. 이런 책들이야말로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출판물이겠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구경을 하고 책 두 권을 골라 계산대로 갔는데, 사장님이 너무나 친절하게 “천천히 구경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이렇게 예쁜 곳을 천천히 구경하게 해 주시다니, 제가 더 감사하죠…’라고 했고. 혹시 작가님이냐고 물어보시는 사장님께 그렇다고 답했다. 내내 밝게 웃으며 대화를 했는데 책방도 주인을 닮아가나 싶었다. 독립출판물 특유의 먼지 묻은 듯한 종이를 많이 만져서인지 손이 부슬부슬했고, 새로 교체된 인센스 스틱이 반 정도 타고 있을 즈음에 서점을 나왔다. 햇빛이 들어오는 예쁜 책방. 더욱 소중해질 예정이니 궁금하면 얼른 가보시길 추천하며.. 나는 구매한 책을 맛있게 읽을 예정임을 밝힌다.





마당 책방은 12.23 일로 운영이 종료 되었습니다.

책방 지기님, 감사했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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